[시선뉴스 김병용 / 디자인 이연선] 화이트칼라(white collar, 샐러리맨이나 사무직 노동자 등 하얀 셔츠를 주로 입는 직업군을 칭하는 말), 블루칼라(blue collar, 작업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등 주로 청색 작업복을 입는 직업군을 칭하는 말), 핑크칼라(pink collar, 주로 개인을 상대로 하는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를 칭하는 말) 등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칼라’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칼라’들 중 조금은 생소한 ‘칼라’가 있다. 바로 ‘퍼플칼라(purple collar)’이다.

퍼플칼라란 일과 가정의 조화를 위해 여건에 따라 근로시간과 장소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며 일하는 노동자를 일컫는다.

퍼플칼라는 여성과 가정을 뜻하는 빨간색과 남성과 일을 뜻하는 파란색이 섞인 보라색(purple)에 직업군을 의미하는 칼라(collar)가 합쳐진 말이다. 즉, 가정과 일이 병존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과 장소를 조정해 일하는 탄력 근무자를 의미한다.

퍼플칼라라는 용어가 생겨난 것에는 자원의 저주라 불리는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에 기인한다. 네덜란드병이란 1959년, 소국이던 네덜란드에 대규모 천연가스를 발견하면서 급격한 경제 성장을 맞이하지만, 천연가스에만 의존하면서 제조업의 경쟁력을 잃고 극심한 경제 침체를 겪은 것을 말한다. 결국 당시 네덜란드는 이로 인해 실업자가 넘쳐나는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을 극복하기 위해 시행된 것이 1982년 노사정 합의인 바세나르(Wassenaar) 협약이다. 바네사르 협약은 노조의 임금을 동결시키면서 노동시간을 단축시키고, 정부는 재정 및 세금으로 이를 지원하는 내용의 협약이다. 그리고 합의안 중 하나가 시간제 고용을 확대해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러한 바세나르 협약의 내용이 오늘날 근로시간과 근로 장소를 탄력적으로 선택하는 유연근무제의 원형이자 퍼플칼라의 유래인 셈이다.

한편, 퍼플칼라는 주로 여성의 사회참여가 증가하면서 일과 가정의 균형과 조화를 통해 남녀평등 사회를 구현하는 방법의 하나로 권장되고 있다. 기업 측에서도 출산과 육아의 부담으로 우수한 여성 인력의 이탈을 방지할 수 있고 고용주의 비용 또한 감소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퍼플칼라는 주로 실력 있는 여성의 사회 진출 보장을 위해 시간제 근무제, 근무시간선택제, 재택 근무제, 집중근무제 등 다양한 유연근무제의 형태로 존재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민간기업의 직장여성들에게 유연근무제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앞으로 여성 인재가 가정에 제약 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의 더욱 많은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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