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 디자인 최지민] “예림이 그 패 봐봐 혹시 장이야?” 영화 타짜에서 나오는 대사다. 화투를 이용한 도박이 주제인 이 영화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 중 하나다. 

그런데 장이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를 모르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가 없다. 장이 무슨 패를 말하는 것인지를 알 수 가 없기 때문이다. 명절이나 가족들이 모일 때면 화목을 위한 게임으로, 한 해의 운을 점치기 위한 카드로, 그리고 인생을 망치는 도박에도 사용되는 화투. 화투의 각 그림들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화투(花鬪)는 말 그대로 꽃으로 하는 싸움이라는 의미다. 화투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포르투갈 상인과 선교사들이 16세기에 일본에 들여 온 라틴식 플레잉 카드인 ‘카르타(carta)’가 그 기원이다. 

그런데 이 게임이 매우 도박성이 강해 폐해가 컸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카르타를 금지했고 이미 도박에 눈을 뜬 사람들은 이 카드들에 그림을 그려 넣어 단속을 피하려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을 일본에서는 ‘화찰(花札: 하나후다 : 꽃패)’이라고 부르게 되었으며 우리나라에는 19세기 말에 일본 상인들에 의해 조선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투는 일본에서 만들어졌으므로 패에 그려져 있는 그림은 당시 일본의 세시 풍속과 문화가 담겨져 있다. 각 그림들은 1~12의 숫자를 의미하며 이는 각 월을 뜻한다. 

1월 소나무 - 새해가 되면 소나무를 집 앞에 꽂고 복을 비는 풍습에서 비롯되었다. 광 패에 있는 학은 무병장수를 의미한다.  

2월 매화 – 2월이면 일본 전국에서 매화축제를 연다. 일본에서는 매실을 즐겨 먹으므로 매화 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매화나무 가지에 있는 새는 휘파람새다. 

3월 벚꽃 –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봄철 꽃인 벚꽃을 표현했다. 3월에는 벚꽂 놀이나 축제가 활발하게 열린다. 

4월 등나무 줄기와 잎 (흑싸리) - 귀족의 가문의 문장을 나타낼 때 자주 사용하며 일본의 초여름을 상징한다. 가마를 장식할 때도 많이 사용한다. 이 패에 날고 있는 새는 비둘기다. 

5월 창포붓꽃 – 우리나라도 5월 5일 단오가 되면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풍속이 있는데 일본에서도 5월이 되면 창포붓꽃을 감상한다. 

6월 모란 – 일본에서 모란은 고귀한 꽃으로 귀족의 가문을 나타내는 문양이다. 우리나라는 모란에서 향이 나지 않아 나비를 그려 넣지 않지만 여기에는 나비가 그려져 있다. 

7월 싸리나무 (홍싸리) – 활짝 핀 싸리나무를 그려 넣었다. 이 패에는 멧돼지가 그려져 있는데 이 시기가 사냥철이기 때문이다. 

8월 공산(빈산) - 일본 화투에는 가을을 상징하는 억새나 도라지, 칡 등이 그려져 있지만 우리나라는 공산만 표현되어 있다. 광패에는 보름달이 그려져 있는데 일본에서 가을에 보름달을 감상하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9월 국화 – 9월 9일은 일본의 중앙절로 술에 국화꽃을 넣어 마시면서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9월 패에 그려져 있는 한자는 목숨 수(壽)자이다. 국화는 일본의 국화(國花)이다. 

10월 단풍 – 완연한 가을을 상징하는 단풍이 그러져 있으며 사슴이 그려진 이유는 이 시기가 사슴사냥 철이기 때문이다. 이 패는 장이라고도 한다. 

11월 오동 – 오동나무 잎과 열매를 표현하였으며 새의 머리는 봉황이다. 오동의 동을 세게 발음하여 똥이라고 불린다. 

12월 비 – 일본 최고의 서예가로 꼽히는 오노도후의 설화를 그림으로 그렸다. 오노도후는 개구리가 버드나무에 오르기 위해 애쓰는 것을 보고 “하찮은 개구리도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저리 노력하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이처럼 화투는 각 월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숫자로 높고 낮음을 겨루게 된다. 위에 언급한 타짜에서의 대사는 ‘아귀’가 ‘고니’가 자신에게는 9땡(짝패)을 줬는데 ‘정마담’에게는 장땡(10짝패)를 줬다며 다투는 도중에 나온 대사다. 

일본에서 가져왔지만 이제는 우리나라가 더 즐기는 화투. 친목 도모로 사용할 때는 더할 나위 없는 게임 도구지만 도박으로 사용하게 되면 사람의 인생을 망쳐버릴 수 있는 흉기가 되는 이중성을 가진 물건이다. 절대로 도박은 금물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