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지난 2011년 기적처럼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의 목숨을 구해내고 최근에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총상을 입고 귀순한 북한 병사의 수술을 집도하여 살려낸 이국종 교수. 드라마 골든타임의 ‘최인혁’과장의 실제 모델이기도 한 그가 일하는 곳은 ‘권역외상센터’이다.

‘권역외상센터’란 보건복지부장관이 외상환자의 진료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지정한 응급의료센터로 교통사고, 추락 등에 의한 다발성 골절, 과다출혈 등 중증외상환자에 대해 365일 24시간 병원도착 즉시 응급수술이 가능하고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 장비, 인력을 갖춘 외상 전용 전문치료센터를 말한다. 

지난 2011년 아덴만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정부는 2012년부터 외상환자 예방가능사망률을 개선하기 위해 권역외상센터 설치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픽사베이

예방가능사망률이란 사망자 중 적정한 진료를 받았을 경우 생존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사망자의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일본의 10~20%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인 35.2%에 달한다. 즉 중증외상을 입은 환자가 병원을 찾았을 때 3명 중 한 명이 목숨을 잃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에는 2016년까지 16개 기관이 선정되었으며, 이 중 9개 기관이 공식 개소를 완료한 상태다. 

외상센터는 일반 응급실처럼 경증부터 중증까지 다양한 환자를 받는 곳이 아니다. 말 그대로 중증의 외상을 입은 환자들만 이용하는 곳이다. 그렇다면 외상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중증외상을 입은 환자는 어떻게 구분될까?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구급지침에 따르면 중증외상환자는 수축기 혈압이 90㎜Hg 이하로 떨어지거나 의식이 없는 경우, 6m 이상의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교통사고 발생 시 동승자가 사망한 경우가 해당한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없는 총상을 입은 사람이나 목이나 몸통에 흉기에 찔리는 등 자상을 입은 사람도 여기에 속한다. 

외상센터는 외상전담 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고 외상 환자 전용 수술실과 중환자실을 갖추고 있다. 또한 병원에 따라서 닥터헬기가 있는 곳도 있다. 중증 외상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그 즉시 외과(외상외과·신경외과·정형외과), 응급의학과, 마취과 전문의로 이뤄진 외상 전담 팀이 환자의 상태를 분석하고 즉시 치료 방향을 정하여 환자를 치료하게 된다.

이처럼 권역외상센터는 죽음에 가까운 환자들을 전문적으로 소생시킨다는 의미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관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진의 업무 강도에 비해 처우나 환경이 열악하고 지원이 저조하며 언제 거의 죽어가는 환자가 올지 모른다는 긴장감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지원을 기피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응급의료품 등도 비급여 품목으로 분류되어 병원이 부담을 떠안아야 하고 환자들이 대부분 사경을 해매고, 치료를 했더라도 상황을 24시간 관찰해야 하기 때문에 간호사 등의 의료진들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고귀한 생명을 살리는 곳이지만 현실적으로 비용이나 인력의 문제로 인해 제대로 운영이 되기 힘든 곳이 중증외상센터다. 이로 인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중증외상 환자는 약 20만명에 이르렀지만 이들 중 30%만이 중증외상센터의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이번 귀순병사 사건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정부 역시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중증외상센터의 특성상 발생되는 수익성에 대한 문제와 인력들에 대한 처우 개선 등 근본적인 것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중증외상센터는 또다시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대우를 받게 될 것이다. 더 많은 중증외상센터가 건립되고 잘 운영되어 더 많은 생명들이 구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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