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병용 / 디자인 이정선] 법치국가에서는 개인이 재산적, 신체적 피해를 입었을 경우 소송이라는 법적 절차로 보호를 받는다. 소송이란 재판에 의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의 권리나 의무 따위의 법률관계를 확정하여 줄 것을 법원에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아닌 동물도 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을까. 지난 2003년, 국내에서 도롱뇽이 원고로 공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낸 황당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도롱뇽 소송 사건’이다. 과연 도롱뇽이 소송의 주체로서 원고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사건의 발단 배경과 과정에 대해 알아보자.
 
‘도롱뇽 소송 사건’이란, 2003년, ‘도롱뇽의 친구들’이라는 환경 단체가 경상남도 양산시 천성산에 사는 도롱뇽을 원고로 내세워 공사 중지 가처분 소송을 낸 사건이다.
 
경상남도 양산시 천성산은 지리학적으로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어 1급수 환경지표종인 꼬리치레도롱뇽의 대규모 서식지로 유명하다. 그런데 1990년대 정부가 천성산 일대에 경부고속철도 건설 노선을 발표하면서 꼬리치레도롱뇽이 터전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하게 된다.
 
정부의 계획은 대구-부산 구간에 천성산을 관통하는 터널인 원효터널을 뚫는 것이었다. 만약 천성산에 터널을 뚫으면 산 위의 습지가 마르게 되어 도롱뇽이 살 곳을 잃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를 걱정한 환경 단체 관련자 및 천성산 사찰의 승려들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환경 단체인 ‘도롱뇽의 친구들’을 결성하였다. 그리고 도롱뇽을 원고로, ‘도롱뇽의 친구들’을 원고의 대리인으로 나서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을 상대로 ‘천성산 구간(원효터널) 착공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그들은 도롱뇽의 생활 근거지인 천성산 일대를 관통하는 원효터널 착공은 환경 영향 평가나 생태계 특별 보호구역 내 제한 행위에 대한 협의 절차상 문제가 있으므로, 터널 공사의 사업 계획 승인과 공사는 위법하고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도롱뇽의 친구들‘은 ’도롱뇽 소송 사건’을 널리 알리기 위해 경부고속철도 관통 반대 운동인 ‘도롱뇽의 세상’과 반대 시위 및 단식운동 등을 진행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2006년 대법원은 경부고속철도 터널 공사 개발 재개를 승인하였다. 대법원은 고속철도 터널 공사가 천성산 고산 늪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다며 판단 근거를 밝혔다.
 
또한, 소송 대상자인 ‘도롱뇽’에 대해 “자연물인 도롱뇽 또는 그를 포함한 자연 그 자체로서는 이 사건을 수행할 당사자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도롱뇽이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비록 도롱뇽 소송으로 인해 천성산 터널 공사가 3년 가까이 중단되면서 총 145억 원의 국고손실 피해를 입었지만, ‘도롱뇽 소송 사건’은 국책사업 추진과정에서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일깨웠고 대중에게 생물의 생명에 대한 존중과 자연환경 훼손의 심각성을 각인시키는 의미가 있는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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