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태웅 / 디자인 최지민] 지난 10월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공산당 제 19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가 열렸다. 이날 전체회의 폐막 후 시진핑 주석은 25년간 깨지지 않았던 중국의 후계자 지명 원칙인 ‘격대지정’을 깨면서 전 세계가 주목했다.

격대지정은 중국의 지도자였던 덩샤오핑이 독재자의 출현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후계자 지명 방식으로, 현 지도자가 한 세대를 건너뛰어 차 차기 후계자를 미리 지명하는 것을 말한다.

중국은 여느 민주주의 국가와는 다르게 권력 계승에 있어 권력을 넘겨주는 쪽에 주도권이 있다. 사실상 권력 세습의 가능성이 높은 체제이기 때문에 덩샤오핑은 이를 막기 위해 자신의 후계자 지명 때부터 변화를 줬다.

당시 마오쩌둥과 덩샤오핑 시대에는 후계 문제를 놓고 권력투쟁이 이어졌다. 사실상 권력 세습의 가능성이 높은 체제가 바로 중국이기에, 그런 폐단을 끊기 위해 덩샤오핑은1992년 장쩌민에게 권력을 넘기면서 당시 만 49세였던 후진타오를 다음 지도자로 지정했다. 미래 권력을 미리 낙점함으로써 기존 권력의 독재와 세습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즉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한 주석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덩샤오핑 → 장쩌민 → 후진타오 → 시진핑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주석 시진핑은 후진타오가 아니라 장쩌민(장쩌민의 격대지명으로)에 의해 세워졌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중앙정치국원은 5년에 한번 씩 열리는 전체회의를 할 때 나이가 68세 이상이 되면 은퇴해야 하는 암묵적인 관행이 있다. 사실상 60대 이상의 중앙정치국원들은 격대지정의 대상이 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것이 중국의 지도자가 10년 단위로 교체되는 이유기도 하다. 그래서 격대지정은 보통 50대의 국원을 상무위원회에 합류시키면서 후계자로 낙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3년 만 59세의 나이로 공산당 주석이 되어 올해 집권 2기 째를 맞은 시주석은 격대지정 관례 상 이번 전체회의에서 차 차기 후계자를 지명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50대가 아닌 상무위원회의 7명을 모두 60대로 구성하면서 사실상 덩샤오핑의 격대지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68세 이상은 은퇴를 해야하기에 사실상 후계자를 할 사람이 없기 때문)

이에 대해 중국의 관영매체들은 일제히 ‘시진핑 사상’을 언급하며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특히 차이치 베이징 시 서기는 시진핑 주석을 ‘총설계자’라고 표현하기도 해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총설계자’는 과거 덩샤오핑을 지칭하던 표현으로 시 주석을 덩샤오핑에 비견할 만한 인물로 평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비판의 소리도 적지는 않다. 외신들은 시주석에 대해 ‘격대지정 원칙도 깨고 국가 최고 지도부를 자신의 측근으로 채운 것은 최근 40년 이래 최악의 독재’라고 혹평했다.

이제 주석에 오른 지 5년이 된 시진핑에 대해 과거 덩샤오핑과 비견할 인물로 평가 하는 것은 다소 섣부른 판단일지 모른다. 하지만 1921년 공산당이 창설된 이래로 상당히 막강한 1인 체제를 구성했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우리나라와 연관이 많은 중국의 주석인 만큼, 과연 시진핑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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