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태웅] 독일 가전업체 브라운(Braun)의 디자인을 40여 년 동안 이끌며 ‘미스터 브라운’으로 불리는 남자가 있다. 독일 산업 디자인의 거장 디터람스(Dieter Rams)가 그 주인공이다. 애플의 수석 디자이너 조나단 아이브가 “애플의 아이폰이나 아이팟의 디자인이 실은 디터람스의 디자인을 참고한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선구자적인 인물이다. 브라운을 세계적인 전자제품 회사의 단계로 올려놓는데 기여한 그의 디자인 철학을 공개한다.  

[사진/Icon design]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절제”

절제는 디터람스가 산업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어 중 하나다. 제품은 필요할 때 그 자리에 있다가 필요 없을 때는 뒤로 물러나야한다고 그는 말한다. 즉 좋은 디자인은 눈에 띄지 않다가 필요할 때 비로소 그 존재를 드러내야한다는 것이다. 디터람스는 사용자의 자기표현이 가능한 여백을 남겨두기 위해서 디자인은 중립적이고 절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1961년 브라운의 수석 디자이너가 된 디터람스의 ‘절제’ 영향으로 브라운의 제품에 큰 변화가 생겼고, 레코드 플레이어 SK-4, 고화질 슬라이드 프로젝트 D 시리즈와 같은 디자인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제품을 남겼다. 어떤 실내에도 어울릴 만한 정갈한 형태는 소비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았고, 오늘날 수많은 세계의 미술관에 전시되고 있다.

[사진/Flickr]

“제품은 제품답게, 최소한의 본질만”

디자인계에서 “Less is more”혹은 “Less but better“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1950년대 생산된 라디오와 스피커들은 고풍스럽고 화려한 외형이 많았다. 그러나 디터람스는 불필요한 요소를 과감히 제거한다. 그런 특성으로 그의 디자인을 설명할 때는 '기능적'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 ‘무엇을 더하면 예쁠까’ 보단 ‘무엇을 위한 디자인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디터람스는 그가 만든 제품에 소비자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색을 입히는 대신 모양과 조화를 이룰 만한 단색을 선호했고 누가 보아도 한 번쯤 만져 보고 싶은 디자인의 표면을 만들어 내기 위해 형태와 선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데에 중심을 두었다. 그의 작업은 언제나 질서를 창출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잘 정리된 길을 통해 본래에 그 제품이 만들어진 이유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사진/Icon design]

“겸손함과 봉사를 제품에 담아.”

디터람스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디자이너이며 디자인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인물이다. 이러한 유명세는 자칫 초심을 잃게 만드는데, 그는 아니었다. 디터람스는 애플이 스스로 밝힌 디자인 모방설에 대해서도 애플의 디자인과 그의 디자인은 분명 연결되어 있지만 ‘덜할수록 더 좋다’라는 그의 철학의 연장선상이라고 오히려 자신의 철학을 이해해준 것에 감사를 표한다. 

[사진/Braun 사 홈페이지]

또한 그는 봉사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제품을 만드는 이유를 설명할 때 항상 봉사라는 단어가 함께 사용되기 때문인데, 제품이란 ‘조용한 집사’처럼 기능에 충실하고 사용자들의 생활에 봉사해야 한다는 것. 그렇게 디터람스는 겸손과 봉사라는 키워드를 제품에 담아내려 노력했다. 제품 그 자체를 독립적으로 보지 않고 언제나 ‘삶’이라는 환경 속에서 생각하려고 했던 것이다. 마치 겸손을 추구하고 주변과 함께하려는 그의 삶과 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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