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지영 / 디자인 최지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사드보복 이후 지난 7월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1년 전보다 69% 줄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 수도 급감해 면세점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면세점의 매출 감소폭이 크지 않고 한편으로는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중국인 보따리상 ‘다이궁(따이공代工)’ 때문이다. 

‘다이궁(따이공代工)’은 중국어로 ‘물건을 대신 전달해주는 사람’을 뜻한다. 즉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농산물과 면세품을 소규모로 밀거래하는 보따리상을 말한다. 다이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과거부터 있어 왔다. 그런데 한국과 중국 간 여객선 운행이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밀무역을 전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진 것이다. 

다이궁은 한국에서 대량 구매한 면세품을 중국으로 가지고가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 판매한다. 최근은 다이궁들이 한국 제조업체와 직접 거래하거나 중간 도매상을 통해 시중 판매가의 절반 수준에 물건을 공급받고, 인터넷이나 메신저 등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며 이윤을 남기고 있다. 보통 중국인 유학생들이 이 다이궁에 많이 관련되어 있다. 

다이궁 입장에서는 사드 보복으로 인해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한국에 와서 쇼핑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히려 호황이 되었다. 따라서 중국인 관광객은 감소했지만 다이궁의 보따리 규모는 점점 커지는 것이다. 

최근 다이궁의 거래 특징은 용량 대비 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고가의 화장품을 선호하고, 국내 면세점을 통해 외산브랜드를 거래하는 추세가 확대되고 있다. 중국인들은 자국 내에서 유통된 수입화장품보다 다이궁이 한국 면세점에서 구매한 제품은 정품 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더 많이 구매하고 있다.

하지만 다이궁은 가격 질서를 어지럽히기 때문에 문제로 여겨져 왔다. 지난 2014년부터는 중국 당국이 다이궁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도 했다. 정상적인 유통구조 정립을 통한 세수확보와 내수 활성화가 그 배경이었다. 당시 중국의 규제 강화에 국내 기업들의 희비가 엇갈린 바 있다.

규제에 대해 대기업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가졌지만 중소기업들은 다소 부정적이었다. 일부 중소기업들은 현금으로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사가는 다이궁을 통해 적잖은 매출을 올렸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 화장품업체들의 경우 중국 정부의 위생허가를 받는데 비용이 들고 유통채널을 뚫기도 어렵다보니 다이궁이 유일한 수출통로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렇게 다이궁은 중국수출에 있어 빛과 그림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다이궁이 단순한 물품 판매를 넘어 국내 기업의 비자금 조성 등 불법적인 용도로 오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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