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지영 / 디자인 이정선] 지난 7월, 소설가 이정명이 장편소설 《별을 스치는 바람》으로 한국인 최초 ‘프레미오 셀레지오네 반카렐라(Premio Selezione Bancarella)상’을 수상했다. 특히 이정명은 올해 열린 시상식에서 유일하게 이탈리아 작가가 아닌 외국인 작가로 수상 후보에 올랐는데 수상까지 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름도 생소한 ‘프레미오 셀레지오네 반카렐라상’은 어떤 상일까?

이 시상식의 본 이름은 ‘프레미오 반카렐라상’이다. 이탈리아 서적상(商)들이 후보와 수상자를 직접 선정하는 이탈리아 대표 문학상으로 매년 3월 그해 나온 소설 중 최종 후보작 6편을 선정하면 해당 작가들은 이탈리아 전국을 돌아다니며 독자들과 함께 책 읽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후 폰트레몰리 광장에서 시상식을 열고 서적상과 독자들 등이 모여 현장 투표를 실시한다. 

이 투표에서 최다 득표를 한 작품은 ‘프레미오 반카렐라상’, 나머지 다섯 작품엔 ‘프레미오 셀레지오네 반카렐라상’이 수여된다. 

이처럼 독특한 시상식은 19세기 이탈리아의 문화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이탈리아에서는 서적상이 각 도시를 돌면서 작은 수레에 책을 싣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생필품도 팔았다. 서적상들이 끌고 다녔던 작은 수레가 바로 ‘반카렐라’인데 서적상들은 자기가 맡은 도시에 가서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빌려주기도 했으며, 이들이 이동하다 자연스럽게 모여 올해는 어떤 책이 잘 팔릴 것 같다고 의견을 주고받고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모여 회의를 하던 전통이 계속 유지되면서 1952년 이 상이 제정됐다. 당시 제1회 수상작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였다. 이후 ‘닥터 지바고’(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뿌리’(앨릭스 헤일리), ‘푸코의 진자’(움베르토 에코), ‘의뢰인’(존 그리셤) 등도 상을 받았다. 올해 열린 제65회시상식에서 이정명은 59표를 받아 5위에 올랐고, 1등은 총 109표를 받은 역사소설 《메디치》의 작가 마테오 스트리컬이 차지했다.

이정명의 수상 소식이 알려지며 이번에 상을 받게 된 그의 작품 《별을 스치는 바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한국에서 2012년에 발표된 《별을 스치는 바람》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보낸 윤동주 시인의 생애 마지막 1년과, 윤동주 시인의 시를 불태운 간수가 돌연 사망한 채 발견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소설이다. 

윤동주의 수감생활이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국내에 이 책이 출간됐을 때 많은 주목을 받았다. 또한 윤동주의 아름다운 작품들과 그의 성품을 비롯해 일제시절 독립 운동가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이정명 작가만의 유려한 문체로 풀어낸 작품이다. 

출간 전 샘플 원고만으로 영국, 프랑스, 폴란드, 이탈리아 등 5개국에 판권이 팔렸고, 이탈리아에서는 2016년 《간수, 시인 그리고 조사관(La guardia, il poeta e l'investigatore)》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반카렐라 위원회는 이 작품의 수상 배경에 대해 “참혹한 전쟁 가운데 있는 인간성과 예술에 대한 위대함을 긴박한 추리의 구조로 잘 녹여냈다”라고 밝혔다.

한글로 쓰인 문학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 작가들의 해외 문학상 수상소식이 들려오며 한국 작품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문학만의 독특한 감성이 더 넓은 곳에서 빛을 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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