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 디자인 최지민] 문학이야기는 매주 한 편의 문학 작품을 소개하고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독자와 함께 소통하고자 만들어진 콘텐츠로, 책이나 글에 점차 멀어지고 있는 현대인들의 지(知)를 고취시키고자 제작됩니다. 순수한 목적으로 제작되는 콘텐츠인 만큼, 간혹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 있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 

사랑,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을 뜻하는 단어다. 가장 순수하고도 뜨거운 감정이라 여겨지는 사랑. 하지만 이 사랑은 시작하기까지 수많은 조건과 이해관계들이 뒤섞인다. 상대방의 직업과 집과 차의 유무 등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질문이며, 심지어는 본인이 스스로 ‘취업을 해야 연애를 하지’, ‘상대방은 직장도 차도 있는데 나는 없잖아’ 등 그 조건들을 설정하기도 한다.

무한 경쟁의 시대, 청년들은 그렇게 연애부터 결혼, 출산을 포기했다. 물론 과거에도 조건을 따지며 만나는 사람이 없었겠냐마는 지금은 이러한 현상이 너무나도 보편적으로 퍼져버렸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7명은 취업 준비로 인해 연애 자체를 포기했다라고 응답했다. 그리고 이처럼 연애를 포기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뭣 모르고 연애할 때가 좋은 거라며, 따지기 시작하면 사람 만나기 더 힘들다며 한탄한다.

뭣 모르고 연애할 때와 지금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고 있는 것. ‘현실’이라 불리는 냉혹한 조건일까. 자본의 크기가 행복의 크기로 비례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사랑이라는 감정도 사람의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나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라는 책 제목처럼 이들을 죄인이라 부를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청춘들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냉혹한 현실 속에서 연애는 뒤로 미뤄버린 청춘들. 이들에게 사랑의 조건은 오로지 ‘열정’뿐임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존재가 있다. 바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속 주인공, 베르테르. 소설 속의 주인공은 다분히 민주적인 사랑을 지향한다. 그가 아는 사랑의 조건은 ‘열정’뿐이며 그것은 누구나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사랑한 대상은 약혼남이 있었던 ‘로테’ 그의 열정은 금기와 윤리와 같은 문화적 규범에 길들여질 수밖에 없었고, 그 사이에서 베르테르의 고뇌와 내적 갈등은 더욱 커져만 간다. 그렇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서사 속에는 열정이 가득한 사랑과 도덕적 질서 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존재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저자 괴테는 책에 대해 “나는 체험하지 않은 것을 한 줄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 줄의 문장도 체험한 것을 그대로 쓰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괴테는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7주 만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써내려갔다. 사실에 기반한 소설 속에서 펼쳐지는 열정과 도덕 사이의 긴장감은 우리를 몰입시키기에 충분하다. 

과연 문화와 관습이라는 현실에 부딪힌 베르테르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당신이 만일 이 상황에 처했다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열정만으로 사랑하고자 했던 베르테르의 모습이 다소 판타지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각박한 현실 속에서 사랑이라는 감정 하나만큼은 판타지로 남겨두는 것은 어떨까. 열정만이 사랑의 조건이라 여겼던 베르테르의 모습을 통해 삼포세대라 불리는 청춘들이 큰 울림을 느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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