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 디자인 이연선 pro] 따말은 따뜻한 말 한 마디의 줄임말로 명사들의 명언, 드라마와 영화 속 명대사 등을 통해 여러분에게 힘이 되고 감성을 심어주는 시선뉴스의 감성 콘텐츠입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낸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은 어떨까요? 시선뉴스는 우리 모두의 행복을 응원합니다.

중학교 시절 어느날. 친한 친구가 갑자기 저에게 일본에 간다고 자랑 했습니다. 관심도 없고 단 한 번 생각해본 적 없는 일본이었는데, 친구의 그 말 한마디로 저는 난생 처음 외국여행을 해보게 됐습니다. 제 기억이 맞는다면 그 친구의 말에 샘이 나, 부모님께 저도 가고 싶다고 ‘학교의 홈스테이 캠프’에 보내달라고 졸랐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대학생이라면 유럽 배낭여행이지~’라는 막연한 부푼 꿈을 안고, 꽤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 했습니다. 대학에 진학한 후 운이 좋게도 비슷한 계획의 친구들과 친하게 됐고, 약 6개월의 준비 끝에 한 달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저는 정말로 유럽여행을 하게 됐습니다. 꿈만 같았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중국에서 1년을 생활하게 됐고, 물가가 저렴하다는 아주 좋은 기회를 이용해 주말을 비롯해 노동절, 방학, 국경절 등 쉬는 날이면 무조건 기차를 타고 떠났습니다. 현지인도 가기 힘들다는 티베트까지 다녀왔으니, 정말 많이도 돌아다녔죠. 공부보다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제 여권에는 제법 많은 도장과 비자들이 붙어있었고, 한때는 그 어떤 훈장보다도 자랑스러웠습니다. 혼자 그 도장들을 보며 뿌듯해 했습니다. 그리고 각 나라를 여행할 때마다 ‘자랑이 아닌 척’ 싸이월드에 사진을 올리곤 했습니다. 프로필 창에는 한국에 없음을 은연중에 표현하거나, 비행기 이모티콘 혹은 멋들어진 영어나 중국어로 적어놨던 것 같습니다.

저희 집은 돈이 많은 부잣집이 아닙니다. 그냥 적당하게 남들 하는 것 정도, 혹은 더 부족한 적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가는 것이 좋아 ‘툭’하면 여행을 갈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왜 그렇게 외국여행을 하고 싶어 했을까요?

물론 여행을 다녀온 뒤 저는 분명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여행과 유럽여행은 저의 인생 터닝포인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를 변화시켰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흘러 생각하니 저는 제가 왜 여행을 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한번쯤 있을 법한 자아에 대한 고민. 그 답을 찾기 제법 많은 노력을 했는데, 저는 그 답을 알랭 드 보통의 여행 에세이 <여행의 기술>에서 발견하게 되었죠.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우리 눈앞에 보이는 것과 우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 사이에는 기묘하다고 말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있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나간다.” -알랭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中-

네, 저는 여행을 하면 그동안 하지 못했던 새로운 생각들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생각은 좋은 아이디어가 되고, 그게 저의 양분이 되면서 저를 변화시켰습니다. 평소 표현하는 법이 서툴고 차갑고 딱딱한 저이지만, 여행을 하는 동안은 한없이 궁금한 어린아이가 되어버렸고 모르는 길을 찾기 위해 친절하고 상냥한 평소에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 튀어나오면서, 또 다른 저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큰 나라들의 문화 속에서 더 크고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것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바로 ‘내가 아닌 나를 새로운 공간에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일상에서 벗어나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여권에 도장 하나 더 찍히는 것이 뿌듯해서. 인스타에 나 “잘 살고 있어요”라고 보이기 위해. 신기하고 즐거워서. 또 하나의 스펙이 될 수 있으니까. 제주도 갈 돈이면 충분히 갈 수 있으니까. 그냥...

혹 이중 하나는 아닌가요? 만약 이 중 하나라고 할지라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인생에 틀린 것은 없습니다. 다만, 어떤 것이든 내가 여행하는 이유에 대해 알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여행을 즐기고 느끼는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다음주면 매스컴에서 연일 말 하던 황금연휴가 시작됩니다. 오늘부터 시작한 분들도 많이 있을 것 같습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여행 하십시오. 그리고 꼭, 내가 왜 여행을 하는지 한 번 쯤은 깊이 생각해 보십시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겁니다.

오늘은 그런 날~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에 대해 혼자 사색하는 날!

“여행은 생각의 산파다. 움직이는 비행기나 배나 기차보다 내적인 대화를 쉽게 이끌어내는 장소는 찾기 힘들다. 때때로 큰 생각은 큰 광경을 요구하고, 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장소를 요구한다. 다른 경우라면 멈칫거리기 일쑤인 내적인 사유도 흘러가는 풍경의 도움을 얻으면 술술 진행되어나간다.” -알랭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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