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 대학시절, 미술을 전공하는 친구에게 호기심에 물어봤던 질문. “실제로 모델을 두고 누드화도 그려?” 과거보다 성에 대해 개방적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나체를 그림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성스러운 작업으로 여겨집니다.

서양 회화사에서 가장 매혹적인 누드화로 꼽히는 작품 중 하나인 ‘옷 벗은 마하’(Nude Maja, 1800)를 그린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는 이 작품으로 당시 보수적인 가톨릭 사회였던 스페인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줍니다. 결국 이 일로 종교재판까지 받았지만 작품에서 주는 아름다움과 성스러움은 지금까지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 (출처/위키미디아)

프란시스코 고야는 스페인 화가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화가입니다. 그는 귀족층의 후원을 얻어 왕실의 그림을 주로 그렸는데요. 특히 그는 초상화를 주로 그려 지금까지 약 500여 점의 작품들이 남아있습니다. 그는 기존의 궁정화가들이 왕족의 권위와 화려함을 한껏 강조하고 미화시켜 그린 그림과 달리 그의 초상화에는 모델의 개성과 성격이 드러나 있습니다. 

마치 그림속 인물의 혼이 담겨있는 듯 생생함을 느낄 수 있죠. 초상화에서도 자신만의 세계관과 자아표현을 위해 힘썼던 점 때문에 ‘현대 화가의 시작은 고야’라는 말이 생겨났죠.

고야가 그린 매혹적인 누드화 ‘옷 벗은 마하’는 발로 벨라스케스의 ‘거울 속의 비너스’ 마네의 ‘올림피아’와 함께 서양 회화사에서 가장 매혹적인 누드화로 꼽힙니다. '마하'는 스페인어로 풍만하고 매력적이며, 요염한 여자라는 뜻이며. 영어로는 '마야'라고도 합니다. 

매혹적인 여인 ‘마하’를 좀 더 살펴볼까요?

 ‘옷 벗은 마하’(Nude Maja, 1800) (출처/위키미디아)

고야는 비스듬하게 누운 인물의 자세와 짙은 색의 배경을 이용해 밝은 색채를 강조했습니다. 그림 속 여인은 부드러운 침구 위에 누워 새하얀 몸을 고스란히 드러내었고 짙은 녹색과 갈색으로 배경색을 단순하게 처리해 감상자의 시선이 여인의 몸에 머무르며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또한 침대의 명암을 정교하게 그려내 온 몸에 윤기가 흐르도록 섬세하게 효과를 주면서 마하의 부드러운 몸이 한층 돋보이도록 했습니다. 

이 작품은 고야가 유화로 남긴 유일한 누드화입니다. 때문의 마하의 모델이 누구냐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한데요. 과거 역사서에 의하면 그림의 모델이 알바 공작부인이며, 두 사람이 연인관계였다고 추측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그 외에도 재상 고도이의 정부인 페티타 투토라는 설도 있고, 한 수도사의 숨겨놓은 여인이라는 설도 있으며, 그저 고야의 상상 속의 인물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만, 오늘날까지 가장 유력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알바 공작부인이라는 설이죠.

고야가 이 그림을 그렸을 당시 스페인은 여전히 보수적인 봉건사상의 지배 아래 있었습니다. 스페인 회화사를 살펴보아도 고야의 ‘옷 벗은 마하’가 그려지기 전까지 벨라스케스의 ‘거울 속의 비너스’가 스페인 회화가 탄생시킨 최초의 누드화이자 유일한 누드화였죠. 이는 스페인의 종교재판소가 누드화를 용인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고야는 스페인의 암흑 통치 시대에 그 어떤 화가도 묘사하지 못했던 누드화를 직접적이고 도전적이며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이것은 곧 가톨릭에 대한 도전이며, 금기를 깨는 행위로 받아들여졌죠. 결국 고야는 이 그림으로 인해 1815년 종교재판에 회부되어 조사를 받았습니다.

'옷 입은 마하' (The Clothed Maja ,1805) (출처/위키미디아)

‘옷 벗은 마하’를 그리고 나서 몇 년 뒤에 완성된 ‘옷 입은 마하’를 그린 고야. 시대적인 상황을 반영하긴 했지만 역시나 원조를 따라갈 수 없듯 마야의 섬세한 회화가 더욱 느껴지는 ‘옷 벗은 마하’가 더욱 여운이 남습니다. ‘옷 입은 마하’와 ‘옷 벗은 마하’ 여러분은 어떤 그림이 더 끌리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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