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 디자인 이정선 pro] 불우 이웃에게 기부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의류 수거함이 알고 보니 개인사업자들이 법의 테두리를 교묘히 피해 허가 없이 불법으로 설치하여 모아진 옷들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었다. 그런 충격을 딛고 초록색의 의류 수거함이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의류 수거함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헌 옷을 모아 불우이웃을 돕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2017년 기준 서울시에 설치된 의류 수거함은 총 17,104개. 각 구청별로 단체와 협약을 맺어 관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돈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허가없이 불법 설치된 의류 수거함이 생겨났다. 통일되지 않은 디자인, 불법 스티커가 잔뜩 붙여져 있거나 쓰레기장으로 변한 헌옷 수거함 주변, 옷이 아닌 쓰레기로 가득찬 헌옷 수거함 등 악취와 도시 미관을 헤친다는 이유로 주민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이렇듯 의류 수거함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변한 가운데 서초구에서는 이러한 의류 수거함을 전면 철거하고 ‘옷체통’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의류 수거함을 만들었다. 서초구에만 430여 개가 있던 의류 수거함을 전면 철거하고 신개념 의류 수거함인 옷체통 300개를 설치했다.

자체 디자인 전문 인력을 활용해 개발한 옷체통은 옷과 우체통의 합성어다. 우체통의 이미지와 의미를 담아 가로 60㎝, 세로 60㎝, 높이 150㎝ 규격으로 제작하고, 색상도 따뜻한 분위기의 노란색으로 칠했다. 불법 스티커 부착을 막기 위한 표면 처리 등 기능적 요소를 더해 기존 의류 수거함과 차별화했다.

이러한 따뜻한 이미지의 디자인은 지난 1월 특허청에 디자인 출원/등록을 마쳤다.

의류 수거함의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던 명확한 관리 주체를 위해 구는 ‘의류 수거함 관리지침’을 마련했다.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의류수거함 전담 관리하는 4개 단체 선정하고 4개 권역별 관리책임자 지정했다. 또한 의류수거함에 연락처 및 고유번호를 부여하여 관리의 주체성을 키웠다. 

새로 설치한 옷체통은 자원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 도시 미관 향상, 쓰레기 무단 투기 감소 등 깨끗한 골목 환경 조성에 기여할 목적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수거함에서 나오는 수익금 중 일부는 연말에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디자인이 갖는 힘은 크다. 미관상 좋지 못했던 초록색의 의류 수거함 대신 노란색의 우체통 모양을 한 옷체통은 분명 기존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예쁜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난 의류 수거함이 지난날의 오명을 벗고 진정한 나눔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며 서초구의 이런 노력이 좋은 결과를 얻어 전국적으로 노란 옷체통이 가득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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