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승재 / 디자인 이정선 pro]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는 ‘초연결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시대의 특성은 기존의 사무실에서 벗어나 자신의 방, 집안의 창고 등에서도 근무하는 ‘SOHO’(Small Office Home Office)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어디서도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은 시간을 능률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 있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도 발생한다. 

한편 이런 부작용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란 회사와 가정을 분리해 근로자들이 퇴근 후에는 사생활과 여가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근로 환경은 어떠할까. 우선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평균 근로 시간은 2,113시간이다. 이는 OECD 국가의 연평균 근로시간인 1,766시간보다 무려 347시간이나 많다. 하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회사에서 일을 한 후에 집에서도 편히 쉴 수 없다.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와 경제 단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퇴근 후에도 SNS 등을 이용해 업무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응답자의 74%에 달했다. 게다가 왜 퇴근 이후에 업무 지시를 하는가에 대해서는 30% 가량이 생각났을 때 지시하는 게 마음이 편해서라고 응답했다.

유럽의 경우 퇴근 후 노동자들의 사생활과 여가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제도를 도입했다. 독일의 폭스바겐이나 도이치 텔레콤 등의 기업에서는 업무 시간 외에 연락을 금지하도록 노사 협약을 맺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2016년 2월 프랑스의 노동 개혁 법안 안에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포함해 업무 시간 외에는 SNS를 통해 업무지시를 하지 못하도록 그 권리를 법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따라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근로자들의 여가를 보장하기 위한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2016년 6월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은 근로 시간 외에 전화, 문자 메시지, SNS 등 각종 통신 수단 등을 이용해 업무 지시를 못하도록 하는 근로 기준법 일부 개정 법안을 발의했다. 

또한 바른 정당의 유승민 의원도 일명 ‘칼퇴근법’이라 불리는 법안에서 퇴근 후 카톡 업무 지시 등을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퇴근 후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근로자들. 디지털 시대 ‘초연결’이라는 특성은 일의 능률을 위해 사용되지만 그것이 오히려 일의 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근로자는 기름만 넣으면 쉼 없이 돌아가는 기계가 아니다. 적절한 연결과 끊임이 오히려 일의 능률을 더 키울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근로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들이 우리 사회에서 회사와 집을 분명히 구분 지어주는, 그래서 퇴근 후에는 근로자가 아닌 누군가의 부모, 누군가의 자식, 누군가의 배우자로서 온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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