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강지훈PD] 땅콩interview 시즌2가 새롭게 개편되었습니다.

시즌2는 시즌1에서 다뤘던 화제의 인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와는 달리 중소상인 또는 서민들의 삶을 세밀하게 관찰해 그곳에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일상생활과 삶의 애환을 담아 희망메시지를 전달해주고자 합니다.

 

 가끔은 길거리를 지나가면 냄새로 자극하는 삼겹살 가게, 따끈한 국물에 밥 한 그릇 볶아먹을 수 있는 감자탕 가게보다 더 들어가보고 싶었던 가게가 있었다. 바로 ‘반찬’가게.

오늘 ‘땅콩인터뷰’는 고등학교 영양사에서 창업의 길로 뛰어든 ‘반찬가게 사장님’ 이영숙 씨를 만나 본다.  

▲ 다른 가게들은 다 불이 꺼진 시간에도 영업을 하고 있는 반찬가게 사장님.

PD : 장사를 시작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이영숙 : 작년(2012년) 8월에 오픈했으니까 이제 8개월 정도 됐네요.

PD : 반찬가게를 창업하게 된 이유가 따로 있으신가요?
이영숙 : 창업 자체에 관심이 많았고요. 제가 중, 고등학교 영양사로 20년 정도 근무를 했었어요. 나이가 들고 창업을 꿈꾸다가 아무래도 관련 업종을 하는게 나을 것 같아서 생각을 하다가 반찬 점문점이 트렌드가 될 것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거기에 저는 식영과(식품영양학과)를 나왔으니 전문성을 가지고 한다면 경쟁력도 갖추고, 고객 분들에게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죠. 믿고 찾을 수 있는 그런 점포? 호호호. 그래서 시작을 하게 됐어요.

PD : 고등학교 영양사라면 좋은 직장인데 그만둔 것에 대해 후회는 안 되나요?
이영숙 : 좋아 보이지만 고등학교 업무가 만만치 않아요. 식자재가 새벽 시간에 들어오니까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하고, 학생들이 야자를 하기 때문에 저녁도 챙기잖아요. 저녁 먹고 다 정리하고 나면 9시 정도 되요. 그럼 마무리 하면 9시 30분 정도 퇴근하게 되죠. 그럼 하루 업무 시간이 16시간~17시간 정도 소요가 되니까 정말 힘들죠.

PD : 아..정말 만만치 않네요. 그래도 학생들과 정 들면 그만두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영숙 : 아무래도 그렇죠. 아! 한 번은 제가 여고에서 근무할 때 정말 친하게 지냈던 학생이 있었어요. 소극적이고 눈에도 잘 안 띄는 그런 학생이었는데 제가 식당 앞에서 “왔니~?” 하고 인사해주고 그러다 보니까 친해졌어요. 학생들은 선생님과 비슷한 연배의 사람이 친근하게 대해주니까 나름 신선하고 편했나봐요. 그래서 저한테 고민상담도 많이 하고, 같이 밥도 자주 먹었죠.

그러다 그 학생이 학교를 졸업할 때 쯤 저한테 편지를 가지고 왔어요. 편지 내용을 보니까 진로를 고민하던 중 저를 만나고 나서 진로를 ‘영양사’로 선택하게 돼 ‘식품영양학과’를 지원했다는 내용이었어요. 그 학생이 면접을 볼 때 면접관이 “왜 식품영양학과를 지원 했느냐”라고 질문을 했는데 저에 대해서 얘기를 한 거에요. 학교에 영양사 선생님이 계시는데 아이들한테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음식도 잘 하시고 뭐 이러쿵저러쿵 얘기를 했더라고요. 아무튼 경쟁률이 조금 쌨던 학교였어요. 아무튼 이런 얘기들과 합격을 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받고 정말 기뻤죠. 보람도 느꼈고. 그때는 학교를 그만둘 거라는 생각은 꿈도 못 꿨죠. 호호호

 

▲ 대학을 가다보니 식품영양학과를 전공을 한건데 영양사라는 직업이 저한테 잘 맞더라고요. 워낙 사람 상대하는 것도 좋아하고, 그리고 제가 한 결과물에 대해서 인정받는 것이 너무 좋아더라고요.

PD : 부천에서 창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따로 있나요?
이영숙 : 제가 전문적으로 창업을 잘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중동이라는 지역이 상권으로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지역적으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던거죠.

PD : 상호가 ‘진이찬방’ 이던데.. 이게 프랜차이즈죠?
이영숙 : 네. 프랜차이즈 맞아요. 제가 장사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 혼자 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제가 관련 분야에서는 전문가라고 하지만 장사는 또 다른 세계거든요. 그런 것에 대해서 시행착오를 겪고 싶지 않아서 프랜차이즈로 시작을 하게 됐죠. 하지만 본사에서 지원해주는 부분이 많지만 이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은 다 제가 하는 거니까 자부심이 있어요.

PD : 작년 8월에 오픈하셨으면 경기가 한참 어려울 때 시작하셨는데 장사는 잘 되나요?
이영숙 :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장사가 많이 힘들어요. 특히 먹는장사는 더 힘들죠. 사람들이 경제가 어려워지고 주머니 사정이 힘들어지면 제일 먼저 먹는 것부터 줄이게 되더라고요. 저희 가게 메뉴 구성을 보면 천원자리 반찬부터 그 위로 단가가 쭉 있는데 저가의 반찬이 정말 많이 나가는 편이에요. 그런 것들만 봐도 ‘정말 많이 힘들구나’ 라는 것이 느껴지죠. 반찬을 사가면서도 금액 맞춰 보고 사가시고요.

PD : 그런 모습들을 보면 어떠세요?
이영숙 : 속상하죠. 잠깐 짧은 순간에 경기가 어려워진 것이 아니라 굉장히 오랜 시간 경기가 어렵다고 그랬잖아요. ‘조금은 나아지겠지’하는 생각조차 안날정도로 계속 힘들어 지는 것 같아요. 장사를 하니까 피부로 느껴지더라고요.

PD : 그런데...인터뷰를 하는 내내 손님들이...많은 것 같은데요...?
이영숙 : 호호호호. 그런가요?

PD : 그럼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어떤 것이 있나요?
이영숙 : 아무래도 세금 문제죠. 정말 누구를 위한 세금인지는 모르겠어요. 부가세라는게 정말로 제가 얻은 자료들에 의해서 결정 돼서 저한테 세금이 부가되는 거거든요. 사실은 실질적으로 제가 소득을 얻고, 지출을 하고, 그리고 남은 이익부분에 대해 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얻은 재화에 대해서 산 것 만큼 세금 내라! 이거잖아요. 사실 저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월세를 얼마를 내고 있고, 대출받은 이자가 얼마가 나가고 있고 이런 것 까지 감안 한 다음에 벌어들인 소득에 대한 부가세를 내야하는데 너무 부당한 것 같아요. 그거 지나가니까 또 종합 소득세 내라 그러고. 자영업자들이 정말 무슨 봉인가... 

 

▲ 저는 가장 싫었던게 저도 뭘 사러가면 종업원이 너무 이렇게 달라붙으면 싫잖아요. 너무 부담스럽게 다가워서 친근하게 하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손님을 너무 방치하는 느낌도 싫고, 그러니까 적절하게 밀고 당기기를 잘 한다고 할까요?호호호. 저만의 장사 노하우죠.

PD : 제가 남자라 그런지 ‘반찬’을 밖에서 사먹는다는 것이 사실 잘 이해가 안되요. 집에서 충분해 해먹을 수 있는 거잖아요.. 왜 대체 반찬을 사먹는 걸까요?
이영숙 : 그거는 옛날보다 세대 구성원이 적어서 그래요. PD님도 나중에 결혼해서 살림을 해보면 알거에요. 대파 한 단을 사서 100% 다 사용을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요. 그리고 대파 한 단 가격이 2500~3000원 가량 하고요. 그런데 대파는 메인 재료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한 끼 장을 볼 때 한 가지 반찬만 만들려고 장을 보는 것도 아니고요. 그럼 4가지 반찬을 만들려고 메인 재료를 사고, 양파나 당근, 대파 등 부재료를 사다 보면 4만원~5만원 정도 비용이 들어요.

그런데 그렇게 비용을 들여서 많은 양의 반찬을 만들어도 먹을 사람이 없어요. 요즘 집에서 삼시 세 끼 다 챙겨먹지 않잖아요. 그럼 식재료 일부는 며칠 지나면 상해서 버리고요. 많은 양을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저렴하지만, 결국을 이런 이유들로 불필요한 지출이 되는 거죠. 그리고 요즘은 여성이 살림만 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저만 봐도 그렇듯이 퇴근하면 남자가 피곤한 것처럼 여자고 퇴근하고 장보고 음식하고 그런게 힘든거죠.

PD : 그럼 요즘에 조미료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굉장히 민감한데.. 조미료는 어떻게 사용하시나요?
이영숙 : 조미료는 제가 왈가왈부하지 않아도 드시는 분들이 더 잘 아세요. 다 음식 박사들이라.. 저희는 조미료라는 것은 거의 사용을 안해요. 구매 자체도 잘 안하고 있고요. 예전에는 조미료들을 사용하지 않아요 하면서 살짝 사용 했는데 요즘은 고객님들이 더 잘 아세요. 맛을 보면. 그리고 워낙 미식가까지는 아니어도 맛에 민감한 분들이 많다 보니까 이게 조미료 맛인지 아니면 대충 우려낸 맛인지 다 구별 하시더라고요.

PD : 그런데 사먹는 음식은 조미료가 안 들어가면 다들 맛이 없다고 하던데..
이영숙 : 저는 사실 집에서는 적당하게 넣는 편이에요. 아예 안 사용하는 건 아니에요. 저는 원래 사고방식 자체가 흑과 백은 싫어해요. ‘절대 안 먹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음식은 맛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리 건강에 좋아도 내 입에 쓰면 먹기 싫은 거고요. 그리고 음식을 장시간 대량으로 할 때와 집에서 조금 단시간에 할 때는 맛이 달라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대량으로 음식을 하고, 장시간 조리를 하잖아요. 그러면 천연 재료에서 나오는 맛이 나와요. 그런데 집에서는 단시간에 음식을 빨리빨리 하려면 그런 맛이 안 나오니까 저도 당연히 사용을 하죠.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호호호. 

 

▲ 음식을 장시간 대량으로 할 때는 천연 재료의 맛이 저절로 우러나와요. 하지만 단시간에 소량으로 할 때는 천연 재료의 맛을 볼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저희 음식이 참 맛있어요. 호호호.

PD : 반찬가게를 운영하며 가장 속상할 때는 언제인가요?
이영숙 : 제일 속상할 때가 들어왔다가 그냥 나가시는 분들이에요. 왜냐면 속을 알 수가 없어요. ‘왜 나가실까..’ 저희 매장이 반찬 가지 수가 정말 많거든요. 없는 것 빼고는 다 있어요. 그리고 메뉴가 랜덤으로 정해서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달라요. 그런데 매장 안으로 들어오시지도 않고 문밖에서 그냥 나가는 분들이 계세요. 그런 분들 보면 너무 속상해요. 왜 그냥 나가는지 속을 알 수가 없으니까요.

PD : 혹시..인테리어가 너무 깔끔하니까 가격이 비쌀 것 같은 생각 때문에 나가는 거 아닐까요?
이영숙 : 아..그래서 그런가? 호호호. 입구에 조금 저렴한 아이들을 진열해야겠어요. PD님 말씀도 일리가 있는 것 같네요. 호호호.

PD : 그렇다면 반대로 가장 즐거운 때는 언제인가요?
이영숙 : 대부분 음식하고는 거리가 먼 분들이 오셔서 저희 음식 드시고 “정말 집에서 해주는 것 같이 정말 맛있다”라고 해주실 때 정말 기쁘죠. 그리고 제가 새로운 메뉴를 많이 시도해요. 다른 곳에는 없는 메뉴들. 그런데 그런 메뉴들에 대해서 좋은 반응이 오면 기분이 너무 좋죠.

PD : 그렇다면 반찬 중 가장 자신있는 메뉴! 한 가지만 뽑아주세요!
이영숙 : 계란말이요! 아주 도톰한 계란말이! 정말 정성이거든요. 장금이 정신이 필요해요. 호호호. 저희 조리장님이 한 롤 마는데 30분이 걸려요. 후라이팬에 한 번을 쫙 깔아준 다음에 살짝 익기를 기다렸다가 그걸 말아주고 그 반토막에 또 계란을 깔아주고 또 말아주고. 연장도 2개 3개씩 사용해야하고, 한 롤 만드는데 30분 정도 시간이 걸려요. 정말 장금이 정신이 필요한 음식이에요. 호호호

 

▲ 저희 조리장님이 한 롤 마는데 30분이 걸려요. 후라이팬에 한 번을 쫙 깔아준 다음에 살짝 익기를 기다렸다가 그걸 말아주고 그 반토막에 또 계란을 깔아주고 또 말아주고. 연장도 2개 3개씩 사용해야하고, 한 롤 만드는데 30분 정도 시간이 걸려요. 장금이 정신이 필요한 요리에요.

PD : 이제 마지막 질문인데요. 저희 시선뉴스 구독자 분들에게 4월달에 가장 추천하는 메뉴는?
이영숙 : 봄에는 사실 어떠한 메뉴 보다는 뭐니뭐니해도 봄나물이죠! 최근에 많이 나오고 있는 민들레 나물을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생체로 드시면 고유의 향도 맡으며 드실 수 있고, 아삭아삭한 질감에 씹는 맛도 좋고요.

PD : 민들레나물은 어떤 효능이 있나요?
이영숙 : 민들레 나물을 먹는다고 당장 슈퍼맨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호호호. 하지만 피로 회복에 좋고 요즘 같은 시기에 춘곤증 많이 오잖아요. 춘곤증을 없애주고요. 그리고 입맛을 재생시켜 주는 효과가 있어요.

PD : 감사합니다! 저도 한 번 꼭 먹어볼께요! 그렇다면 앞으로의 목표!
이영숙 : 제가 앞으로 현장에서 이렇게 뛸 수 있는거는 10년 정도 남은 것 같아요. 그 시간 안에 사업적인 성공을 하고 싶어요. 개인적인 야망이에요. 이런 업계에 탑 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런 업계에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사람 정도가 되고 싶어요. 명예욕이 있는 것 같아요. 호호호.

 

 

PD : 대한민국의 모든 자영업자들이 노력해 흘린 땀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

취재 : 김범준PD  byjoon@sisunnews.co.kr
편집 : 강지훈PD  by_hoo@sisunnews.co.kr

※ 시선뉴스 '땅콩 인터뷰' 시즌2는 중소상인, 서민들의 삶을 세밀하게 관찰해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일상과, 그들의 애환을 담은 ‘특별한 인터뷰’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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