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문선아 선임에디터/ 디자인 최지민 pro]

한국의 아름다운 관광지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사람 향기 물씬 나는 골목길을 찾아서’라는 테마 하에 11월에 가볼 만한 장소 6곳을 선정했다.

▲ 서울 서촌 ▲ 수원 행궁동 골목 ▲ 원주 미로예술시장 ▲ 대전 원도심 여행 ▲ 경주 감포해국길 ▲ 순천 벽화마을이다. 이 외에도 골목길의 정겨움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골목길을 소개한다.

■ 서촌
경복궁의 서쪽을 뜻하는 ‘서촌’ 경복궁 서문인 영추문을 끼고 청와대까지 곧장 이어지는 효자로 왼편에 위치해 있다. 서울 한복판이지만 고층 건물을 찾아볼 수 없다. 미로 같은 골목 사이로 낮은 한옥과 다세대주택이 이어지고, 개성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 소품 가게도 많다.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려 자하문 터널 방면으로 이어지는 자하문로를 중심으로 서쪽과 동쪽을 나눠 돌아보면 편하다. 서쪽은 실핏줄처럼 퍼져 나간 골목을 따라 오래된 시간 속 풍경이 감성을 자극하고 동쪽은 미술관과 갤러리가 많아 아트 투어를 즐기기에 좋다.

■ 수원 행궁동 골목
수원 행궁동은 수원 화성 일대의 장안동, 신풍동 등 12개 법정동을 일컫는 이름이다. 220여 년 전 화성이 축성될 당시부터 불과 수십 년 전까지 행궁동은 수원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었지만, 1997년 수원 화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엄격한 개발 규제로 시간이 멈춘 듯 쇠락했다.

이런 행궁동에 주민, 시민 단체, 예술가들이 뜻을 모아 벽화를 그리면서 골목이 생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행궁동 골목은 벽화마을과 공방거리, 수원통닭거리, 지동시장 등 특색에 따라 다양하다.

■ 원주 미로 예술시장
원주중앙시장 2층에 자리한 미로예술시장은 미로 같은 골목이 특징이다. 낡고 인적이 드문 2층 상가의 묵은 때를 벗기고, 젊은 예술가의 손길을 더해 재미난 예술 시장으로 거듭났다. 골목에서 미로를 헤매다가 마음에 쏙 드는 가게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여심을 저격하는 귀여운 물건이 가득한 가게, 젊은이가 좋아하는 주점,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공방, 벽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 골목미술관 등 인상적인 곳이 눈에 띈다.

■ 대전 원도심 여행
대흥동·선화동·은행동·중앙동 일대는 대전광역시의 100년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곳이자, 과거 대전의 중심지로 흔히 ‘대전 원도심’이라 불린다. 그중 대전근현대사전시관과 대흥동 일대는 대전 원도심 여행의 중심이 된다. 80년간 충청남도청으로 사용된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은 등록문화재 18호로 지정되었다. 충청남도청 이전과 대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고, 아름다운 근대 문화유산이 그대로 남은 곳이다.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대흥동 일대는 여행자의 성지가 된 카페 ‘도시여행자’를 비롯해 문화와 예술이 결합된 카페, 가볍게 둘러볼 수 있는 갤러리와 공방이 즐비하다. 소제동 철도관사촌에 가면 일제강점기 건물과 그곳에 공존하는 이들의 삶을 볼 수 있다.

■ 경주 감포해국길, 해국벽화길
경주 감포공설시장 건너편에 자리한 해국길은 옛 골목의 정취를 간직한 길이다. 1920년대 개항 이후 일본인 이주 어촌이 형성된 곳으로, 당시 가장 번화한 거리였다고 한다. 일본 어민이 살던 ‘다물은집’을 비롯해 적산 가옥이 여러 채 남았으며, 옛 창고와 우물, 목욕탕 건물 등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600m 정도로 길지 않지만, 이름처럼 벽마다 그려진 해국을 보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 순천 벽화마을 여행
대한민국 생태 여행 1번지로 잘 알려진 전남 순천이지만 자연환경 외에도 문화와 사람이 어우러진 마을이 있다. 조곡동의 철도문화마을은 80년이 넘는 철도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순천제일대학교 옆 남제골 벽화마을에서 순천의 과거와 현재를 엿보고, 낙안읍성 민속마을에서는 600여 년 전 선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통영 서피랑
세병관 서쪽 끝에 고지대 벼랑을 ‘서피랑’이라 한다. 서피랑은 박경리 작가의 생가가 있으며 소설 ‘김약국의 딸들’의 배경이 된 곳이다. 서피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99계단. 아름다운 글귀와 알록달록한 벽화는 찾아온 이들에게 위로와 기쁨은 준다.

■ 부산 감천문화마을
감천문화마을은 옥녀봉에서 천마산에 이르기까지 산자락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독특한 계단식 집단 주거형태가 압권이다. 페루의 마추픽추나 산토리니(Santorini)에 비견되기도 하는 감천문화마을은 모든 길이 통하는 미로스러운 골목길의 경관은 감천만의 독특함을 보여준다.

6·25전쟁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감천문화마을은 피란민들의 힘겨운 삶의 터전으로 시작돼 민족현대사의 한 단면과 흔적인 부산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앞집이 뒷집을 가리지 않는 계단식 구조, 미로 같은 골목, 알록달록한 지붕 색깔을 가진 곳 감천문화마을의 지리적·공간적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 강화 교동마을
조선시대에 이곳은 왕족의 유배지였다고 한다. 연산군과 광해군, 세종의 삼남인 안평대군, 선조의 첫째 서자 임해군, 인조의 동생 능창대군, 흥선대원군의 손자 이준용 등이 이곳으로 유배됐다.

지금의 강화 교동도는 6.25 전쟁 이후 이북에 고향을 둔 피란민들이 이곳에 정착해 형성된 곳이다. 60~70년대의 영화 세트장 같은 대룡시장의 골목은 지금은 적막감이 흘렀다. 쥐를 잡자 등 옛 선전 포스터와 할머니가 등에 업은 아이에게 국수를 먹이는 모습의 벽화는 피란민 시절부터 새마을운동 때까지의 모습을 잘 표현해준다.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라 더욱 좋은 ‘골목길 관광’. 내 두 발로 걸어 다니면서 골목 하나 하나 마음속에 새겨보는 여행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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