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한지윤 에디터] 밤하늘을 수놓는 유성우, 극지방에서 나타나는 오색 빛깔의 오로라 같은 아름다운 장관(壯觀)은 돌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자주 구경할 수 있는 현상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이런 자연현상과 운이 좋게 마주치면 행운이 올 것이라고 믿고 소원을 빌곤 한다.

한편 지난 8월 말 오후에는 폭염 끝에 단비가 내린 후 전국 곳곳에 ‘쌍무지개’가 떠서 화제가 됐다. 쌍무지개는 무지개보다 보기 드문 기상현상으로 우리를 설레게 만들었고 서울시, 경기도 하남과 용인, 충남 금산, 부산시 등에서 발견되었으며 당시 SNS에서는 “우리 동네에 쌍무지개가 떴다, 소원을 빌자”며 쌍무지개의 인증 사진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 사진출처/픽사베이

무지개는 빛의 굴절과 반사에 의해 생기는 기상현상으로 프랑스의 수학자인 데카르트(R. Descartes)가 처음으로 원리를 발견했다. 그는 굴절의 법칙을 발견하고, 무지개는 완벽한 원 모양이며 그 중심이 태양의 반대편 상공에 위치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후 영국의 물리학자 뉴턴(I. Newton)이 빛의 본성을 설명하고 프리즘 실험을 통에 빛이 여러 색의 요소를 가진 것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무지개는 어떤 과정을 통해 나타날까? 비가 내리고 나면 공기 중에는 물방울이 많아지는데 이 물방울들이 프리즘(빛의 분산이나 굴절 등을 일으키는 투명한 장치) 역할을 하면서 무지개가 발생한다. 태양의 백색광은 공기 중에 떠있는 물방울 속으로 들어 갈 때 굴절을 하고, 굴절한 빛은 바로 빠져 나가지 않고 물방울 내에서 한 번 반사를 해서 다시 되돌아오면서 모습을 드러내는 데 이것이 바로 무지개다.

우리가 지난 28일에 목격한 쌍무지개는 1개의 무지개 바깥쪽에 하나 더 생긴 2차 무지개를 합쳐서 부르는 말로, 쌍무지개는 물방울 안에서 빛의 반사가 두 번 일어날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네티즌들이 길조라고 여기며 반겼던 무지개. 그렇다면 정말로 쌍무지개는 길조인 것일까? 사실 우리 조상들은 무지개를 흉조라고 여겼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조선시대에는 쌍무지개를 천재지변으로 취급한 대목을 찾아볼 수 있다. 명종 8년에는 함경도 관찰사 남궁숙이 “서남방에 쌍무지개가 섰습니다”라고 보고를 하자 명종은 “이 일변(日變)을 보면 아마도 병상(兵象: 내란이나 전쟁의 기운이 나타날 천재지변의 징조)인 듯하다”며 남과 북을 잘 방어하도록 했다.

또한 선조실록 7권에는 흰 무지개가 뜨자 선조가 이를 불길하게 여기고 피전 감선(避殿減膳)을 했다는 대목이 있다. 피전 감선이란 임금이 재변을 두렵게 여겨서 자신의 덕을 닦고 과실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누추한 곳으로 거처를 옮기고 반찬의 가짓수를 줄이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무지개의 정체를 몰랐던 과거에는 무지개를 괴이하고 불길한 징조라고 여겼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한 지금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결국 쌍무지개는 흉조도 아니고 길조도 아닌 셈이다. 그러나 적은 확률로 일어나는 쌍무지개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마음에 작은 감동을 준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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