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미처 성인이 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아들에게 징병검사 안내문이 온다면 어떤 기분일까.

세월호 참사로 인해 이미 이 세상에는 없는 단원고 남학생 92명은 병무청에게서 징병검사 안내문을 받아야 했다.

이 사실은 이재명 성남시장의 트위터 메시지를 통해 알려졌는데 이 시장은 “안내문을 받은 가족이 밤새 울었다”며 "이 정도도 배려해주지 못하는 나라"라고 비판했다.

▲ 수능도 고통스러웠을 세월호 희생자 가족(출처/시선뉴스DB)

이에 지난 18일 병무청 관계자는“지난 6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 92명에게 징병검사를 받으라 는 안내문을 발송하여 대단히 죄송하고 가족들에게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희생된 세월고 학생들의 사망신고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아 안내분이 발송됐다”고 사과했다.

병무청은 또한 희생자들을 징병검사 대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관련부처에 신상정보를 요청했지만 '현행법상 유족의 동의 없이는 줄 수 없다'며 거부당했음을 밝히며 그러면서도 "관련 기관과 좀 더 긴밀히 협조했어야 하는데 절차상 원활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며 거듭 사과했다.

이번 안내문 발송 실수는 상처에 소금을 뿌린 격이 되었다. 아직 상처가 낫지 않은 세월고 희생자 부모들에게 아들의 평범할 수 있었던 삶을 또다시 떠오르게 했기 때문이다.

수능과 졸업식 등 보통의 평범한 가정이었다면 웃으며 행복할 시간을 보내야 하는 행사들은 그들에게는 더욱 희생자들을 떠올리게 하고 마음이 찢어지는 날들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2일에는 생존한 단원고 학생 75명이 졸업식을 가졌지만 세월호 참사 피해자 모임인 4·16 가족협의회는 졸업식에 불참을 선언했다.

4·16 가족협의회는 지난 5일 ‘단원고 졸업식을 앞두고 드리는 말씀’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과 선생님이 있는데 우리 아이들(희생자)만 먼저 졸업을 시킬 수는 없다”며 “이들이 모두 돌아온 후 졸업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아직 세월호 희생자들의 가족들은 참사가 진행형이다. 햇수로 3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세월호는 저 바다 밑에 있고 유가족들의 마음은 치유되지 않았으며 국민들의 관심에서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무려 304명이라는 초유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사고. 평범한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그 날로부터 벌써 3년이나 지났지만 그들의 상처는 메워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런 사소한 문제 같은 것들은 조금 더 신경 써서 그들의 가슴을 후벼 파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징병안내서를 받았을 때 희생자 부모님들은 징병안내서를 받고 울상을 지었을 아들의 얼굴을 한 번만 더 볼 수 있기를 빌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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