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지수PD] 기억상실증 그 후 자기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는 김종훈!

이번 주 땅콩인터뷰에서는 사진에 감성과 공기를 담아내는 사진작가 김종훈을 만나본다.

▲ 사진작가 45, 그가 말하는 사진은 어떤 의미일까?

PD : 안녕하세요. 땅콩인터뷰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45 : 안녕하세요. 땅콩인터뷰 11회라 들었습니다. 영광입니다. 저는 영화 스틸사진과 인디밴드들의 사진을 찍고 있는 사진작가 사오라고 합니다.

PD : 사오요? 일본 이름인가요?
45 : 아니요 하하하 이게 어떻게 생겼냐면요. 진짜 별 뜻 없는데 하하하 2001년 당시 제가 20살 때 클럽이 부흥되고 일렉트로닉 신이 점점 커지는 시점에 DJ들이 다 외국인들이었거든요. 그 친구를 많이 찍다 보니 친해졌는데 제 이름을 부를 때 발음을 잘 못 하더라고요. 그래서 부르기 쉬우라고 숫자 45로 예명을 지었어요. 그게 지금까지 쓰고 있네요. 실제 이름은 김종훈 입니다. 하하하

PD : (정말 별 뜻 없네..) 그렇군요. 하하하 근데 제가 듣기로는 45씨가 사진을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다던데?
45 : 아.. 제가 중학교 때 교통사고가 나서 약간 기억상실 증세가 있었어요. 그때부터 제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또다시 잃어버릴 수 없어서 기록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 같아요. 일기를 써서 기록하면 좋은데 저는 학교에서 글짓기 할 때가 제일 싫었거든요. 하하하 근데 사진이란 예술을 알면서 제가 말하는 것보다 사진 한 장 보여주는 게 더 소통이 빠른 거에요. 거기서 사진의 매력을 느껴서 시작하게 됐어요.

PD : 그럼 사진작가라는 꿈을 꾸고 시작한게 아니네요?
45 : 네. 굳이 꿈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사진작가는 사진에 담아야 할 것들이 무궁무진하잖아요. 회사에서는 회사 공기에 따라 분위기를 담아야 하고 산을 찍으면 산의 분위기를 사진에 담아야 하는데 제가 그 공간마다 변하는게 흥미로워요. 하하하 ‘나는 이런 사람이야’가 아닌 카멜레온 같은 사람이 되는게 재미있어요.

PD : 그렇다면 지금까지 찍었던 사진 중에 가장 잘 찍었다고 생각하는 사진을 뽑는다면?
45 : 저는 반듯한 사진을 안 좋아해요. 하하하 노래도 펑크(punk), 록(rock) 이런 반항아적이고 신 나는 음악을 좋아해요. 하하하 그래서 그런지 저는 확실히 밴드 사진을 찍을 때 되게 오르가즘(orgasm)을 느끼는 것 같아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밴드 사진 중에서도 뽑는다면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  밴드에서 기타리스트가 점프하는 사진인데 사진에서 완전 노랫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하하하하

▲ 기억상실증이라는 아픔을 갖고 사진작가 45, “제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또다시 잃어버릴 수 없어서 기록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 같아요.”

PD : 지금 45씨가 영화스틸사진과 밴드 사진을 같이하고 계시는데 영화 스틸사진은 제가 처음 들어보는 직업이라서... 어떤 직업인가요?
45 : 저도 대학교 때 영화 미술 하는 선배 따라서 촬영장 구경 갔다가 영화 스틸사진 찍는 직업이 있는지 처음 알았어요. 하하하 영화스틸사진은 홍보할 때 많이 쓰이는 사진이에요. 컷에 따라서 영화 포스터로 사용할 수도 있고 메이킹 필름같이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기록하는 거예요.

PD : 많은 영화스틸사진을 찍으셨던데 혹시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나요?
45 : 당연히 있죠. 제가 영화스틸사진을 처음 작업했던 ‘주먹이 운다’라는 영화인데 처음이라서 그런지 잘 찍어야 한다는 욕심이 컸어요. 특히 그 시절은 필름 카메라다 보니까 더 정성들여서 찍어야 했었어요. 요즘은 디지털카메라로 연속촬영해서 드르륵 드르륵 찍고 그중에 하나 고르는데 주먹이 운다 찍을 때는 필름 아끼려고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찍었던 기억이 남아 있어요.

PD : 움직이는 사진을 한 장 한 장 찍으면 흔들리는 사진도 많았겠어요?
45 : 네 맞아요! 밤에 촬영하면 조명키고 해도 어두워서 진짜 많이 흔들려요. 그러면 홍보팀에서 별로 안 좋아해요. 하하하하 배우들도 싫어하고 하하하 자신들이 잘 나와야 하는데 안 나오니까 하하하하

▲ 영화 스틸사진이라는 남들이 잘 모르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그는 필름 한 장 한 장의 가치를 아는 사람이었다. "주먹이 운다 찍을 때는 필름 아끼려고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찍었던 기억이 남아 있어요."

PD : 밴드 사진과 영화스틸사진 둘 중에 꼭 하나를 뽑아야 한다면?
45 : 음.... 참... PD님 짓궂으신 것 같네요. 하하하 돈을 벌려면 둘 다 해야겠지만 꼭 하나만 뽑으라면 제가 영화스틸사진보다 먼저 시작했던 밴드 사진을 하고 싶어요. 저는 고등학교 때 음악을 좋아해서 만나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들 사진을 잘 찍어주려고 더 열심히 했었거든요.

PD : 음악을 좋아하시나 봐요?
45 : 네. 제가 노래를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요. 하하하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 하는 사람들과 작업을 많이 했어요. 지금도 프레드 페리가 공연하는 FRED PERRY SUBCULTURE VIEWZIC에서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 사진 찍고 있어요.

PD : 사진과 음악 둘 다 예술 계통인데 음악이 사진을 찍을 때 도움 주는 것들이 있나요?
45 : 저는 특히 공연장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까 MP3로는 들을 수 없는 현장감 있는 소리를 듣잖아요. 또 공연장에서는 음악을 귀로만 듣는게 아니라 제 몸이 반응해요. 점프한다든지 손을 머리 위로 올리면 막 Feel이 충만해져요. 하하하 그래서 감성이나 생각이 많아지니까 사진에 대해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PD : 그렇다면 음악 사진을 찍을 때 45씨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45 : 공연에서 밴드들의 사진 찍을 때는 사진에서 소리가 들리는 사진을 찍어요. 하하하 그래서 저는 망원렌즈를 잘 안 써요. 그냥 밴드 코앞까지 가서 광각렌즈로 현장감 있게 사진을 찍어요.

PD : 하하하 45씨의 공연사진을 보면 음악 소리가 들리나요? (궁금)
45 : 네. 아주 신 나게 들립니다. 하하하하하

▲ 음악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사진작가 45, “공연사진 찍을 때는 사진에서 소리가 들리는 사진을 찍어요.”

PD : 이제 45씨는 사진작가시니까 좋아하는 사진이 남다를 것 같아요. 어떤 사진 좋아하세요?
45 : 일반사람들이 찍는 사진들 아주 멋없는 사진들이 좋아요. 하하하 저는 남한테 돈을 받고 팔아야 하는 사진을 찍어야 해서 항상 예쁘게 찍어야 하는데 일반 사람들은 기교 부리면서 찍는 그런 사진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더 재미있어요. 하하하

PD : 생각의외네요. 하하하 그렇다면 45씨의 사진을 보고 따라서 찍는 학생들도 있을 텐데 그분들에게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은 것은 뭔가요?
45 : 제일 중요한 건 안목인 것 같아요. 아는 만큼 보이고 느낄 수 있잖아요. 그렇게 하려면 학교에서 공부가 다가 아니라는 걸 깨달아야 할 것 같아요. 자신이 뭘 좋아하고 어떤 것에 반응하는지 자신만의 앵글을 만들어야죠. 앵글은 누가 가르쳐줄 수 없거든요. 하하하

PD : 제가 사진을 잘 못 찍어서 그런데 저 좀 가르쳐 주세요. 하하하
45 : 사진은 혼자 하는 거예요. 하하하 혼자 관심 있으면 하는 거고 없으면 돈 주고 사진작가를 고용하는 거죠. 하하하 팁을 하나 준다면 빛을 섬세하게 보세요. 사진은 빛으로 하는 예술이니까요~

▲ 그가 말하는 사진을 잘 찍는 노하우는 ‘자기 자신의 깨달음’이라고 한다. “자신만의 앵글을 만들어야죠. 앵글은 누가 가르쳐줄 수 없는 것이거든요.”

PD : 사진작가 45씨에게 카메라란?
45 : 제 마음을 담아서 찍는 제 마음의 눈이라고 생각해요. 사진은 찍은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거짓말을 안 하잖아요. 제일 솔직한 제 마음인 것 같아요.

PD : 요즘은 포토샵으로 다 거짓말하잖아요!
45 : 하하하 저는 포토샵 그런 프로그램에 취미 없어요. 제 사진은 거짓말을 안 해요~ 하하하

PD : 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시선뉴스 구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45 :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모두 힘내세요!

※ 시선뉴스 '땅콩 인터뷰'는 사회 문화, 경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 각 분야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화제의 인물 삶의 철학이나 성공 스토리,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특별한 인터뷰'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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