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한국 정부가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와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근거한 한일 양자 협의 요구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일본 측에 통보했다.

양자 협의는 WTO의 소위원회에 무역 분쟁을 회부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며, WTO의 '제소'라고 부르는 조치의 전 단계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농림수산상은 2일 한국 정부가 지난달 2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의 한일 간 양자 협의에 응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한일 양자 협의에 응한 외교부 홈페이지

한국이 협의에 응하기로 함에 따라 향후 30일 이내에 한일 간 양자 협의가 시작되는데, 협의에서 당사국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WTO 소위원회를 통한 강제 해결을 시도하게 된다.

현재 한국은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원전사고로 인한 2013년 여름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대량 유출된 것이 확인되자 같은 해 9월 9일부터 후쿠시마·이바라키·군마·미야기·이와테·도치기·지바·아오모리 등 8개현에서 생산되는 모든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일본산 수산물(축산물 포함)에서 세슘이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스트론튬, 플루토늄 등 기타 핵종에 대한 검사증명서 추가 요구, 식품에 대한 방사성 세슘 기준을 kg당 370Bq(베크렐)에서 kg당 100Bq로 적용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일본산 수산물 등에 대한 수입규제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이런 한국의 조치에 일본 정부는 지난달 21일, 'WTO 협정에 기반 한 협의'(양자협의)를 하자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일본은 우리의 수입규제 조치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지속적으로 규제를 풀어 줄 것을 요청해 왔는데, 우리 정부가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국민 정서 등의 이유를 들어가며 이를 수용하지 않자 결국 WTO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번 양자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 바로 WTO 제소 절차로 들어가게 된다. 그런데 WTO에 무역 분쟁을 제소하기까지는 10여 가지 단계를 거치며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있다. 시간적으로 오래 걸리며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몇 년 이상 걸릴 수 도 있는 문제인데 일본이 이처럼 이 협상에 대해서 밀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일본이 수입 규제를 무역 분쟁화 시킨 뒤 향후 한·일 양국의 무역 협상 때 우위를 차지하기 위함이라는 의견이 있다. 그리고 우리 정부가 이 협의에 응한다고 받아들인 이유로는 "양자협의를 계속 거부하면 WTO가 일본 측에게 합법적으로 무역보복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게 된다"는 외교부 관계자의 주장이 있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유감은 표하지만 협의를 통해서 우리의 의견을 피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협상’이라는 단어 자체가 수입에 대한 여지가 있는 만큼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지는 의문이다. 일본의 지속적인 방사능 유출은 위험수위를 넘은지 한참이고 국민들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혐오를 넘어서 공포를 느끼고 있는 수준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은 국내 ‘일본 방사능 안전관리 민간 전문가 위원회’가 실시한 방사능 국민 인식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85.9%가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를 현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지난 3월 16일 밝혔다. 방사능 안전관리 수준을 현재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답변은 69.6%였다.

국민들의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요구는 일본과의 협의가 아닌 더욱 강경한 수입 규제 강화 정책이다. 이번 협의로 인해 일본의 요청을 일부라도 수용해 규제 요건을 완화시킬 경우, 아무리 전수 검사 등을 통해 문제가 있는 수산물은 철저히 가린다고 정부가 국민들에게 설명을 해도 이를 믿어줄 국민이 많을지는 의문이다.

현재도 정부의 안전 불감증에 의해 메르스 공포를 겪고 있는 국민들이 정부의 그런 약속에 신뢰를 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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