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유산 최유현 자수장은 근현대 한국 자수의 산증인이자 전통 자수를 계승 발전시킨 대표성을 지닌 인물이다. 10대의 어린 나이부터 자수를 놓기 시작했으며, 1996년에 국가무형유산으로 인정됐다. 자수장의 오랜 삶과 수놓는 마음가짐은 장인이 강조하는 심선신침(心線神針) 네 글자에 담겨 있다. ‘마음으로 선을 이어 신의 경지에 도달한다.’라는 의미를 담아 완성한 작품과 전시, 자수 분야 교육과 집필 활동을 왕성히 이어왔다. 전통 자수 문화를 바탕으로 그 역사적 기반 위에 새로운 자수 문화를 열어나가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대학교는 최유현 자수장의 한국 자수 발전의 공로를 인정하고 전통문화유산 보존·계승 분야의 헌신을 예우하며 기념하기 위해 제21회 학위수여식에서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였다. 최유현 자수장의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명예박사학위 수여 소감과 함께 전통문화를 위해 평생을 공헌한 어른으로서 그간의 소회를 담고자 한다.

Q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국가무형유산 자수장으로 자수문화연구소 중수원을 창설하여 끊임없는 작품 활동과 후학 양성을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으며, 부산대학교 한국전통복식연구소에서 석좌교수로 역임하였다. 

자수장에 대표작으로는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연화장세계도〉(국립민속박물관 소장)를 비롯하여 〈팔상도〉, 〈삼세불〉, 〈팔금강〉, 〈오계수호도〉 등의 불화 자수와 〈십이지신상〉, 〈효제도팔곡병풍〉 등을 비롯한 전통 자수 300여 점이 있다. 대표 저서로는 《가슴에 품은 수로 공유하다》, 《가슴으로 품은 수로 공감하다》, 《가슴으로 품은 수로 공존하다》, 《가슴으로 품은 수로 공명하다》, 《최유현 자수사》, 《최유현 자수기법》 등이 있다.

Q 자수의 입문 과정과 그간의 주요(깊게 기억에 남는) 발자취가 궁금하다. 

권수산선생님 문하에 들어가서 자수를 배우는 기회가 되었고 평생의 자수의 길이 시작 되었습니다. 1956년부터 1963년까지 혜화여중, 부산여상, 동주여중에서 수예교사로 역임했으며, 이후 후학도 양성하고 작품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하여 학교를 사임하고, 전문연구소를 설립하여 작품 활동과 후배양성을 지금까지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현재의 연구소 명칭은 중수원입니다.

나만의 작품을 구상하고 실행할 수 있는 길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작품 활동을 하기 위하여 전통예술에서 볼 수 있는 회화나 공예작품들을 참고 하면서 우리 민족의 예술성을 찾아가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통 우리 미술을 습득하면서 민화의 매력을 느꼈고 민화 작품을 제작하면서 ‘진정한 우리의 예술은 불교에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 불교자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이토록 어렵지만) 자수의 길을 계속 이어간 계기와 사명감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자수는 처음 배울 때도 그렇지만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어려운 시기 나에게 자수라는 새로운 길을 보여주셨던 권수산 선생님의 가르침을 기본으로 제가 평생동안 몸으로 체득한 것을 담아 후학들이 우리 전통 자수를 바르게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고자 합니다.

Q 전통문화의 전승, 그리고 창작의 방향성에 관해 중요하게 고려하신 점에 관해 말씀해 주신다면.

전통문화를 잇는다고 하면 왠지 거창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우리 정서와 생활 속에 있는 유・무형의 자산이 오롯이 전해지는 것을 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을 그대로 살피고 잘 지켜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저는 자수를 시작했을 때 이론 교육 없이 실기를 바로 배웠어요. 당시에는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런데 후학들을 지도하다 보니 이론 교육 없이 하는 실기가 부족함을 느끼며, 기능과 기법을 제대로 익혀 기초를 잘 닦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테크닉이 발달하니까요. 또한 참고하는 작품 속에 담긴 기법이나 의미를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자신만의 작품을 구상하고 구현해 낼 수 있습니다.

Q 금번 명예박사학위 수여 소감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이렇게 큰 영예를 주신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총장님 이하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남들처럼 대외활동을 하지 않고 평생을 자수인으로 살아온 저를 인정해 주시는 것 같아 감개무량합니다. 앞으로도 전통 자수의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널리 알리고 이 시대의 자수 문화를 후세에 전할 수 있도록 매진하겠습니다.

Q 자수장의 향후 목표와 한국 자수의 미래 과제에 관해 말씀 해주신다면.

전국 어디든 공간이 마련된다면 평생동안 제작한 작품을 모아 두고 후학들이 오래도록 보고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후학들이 자수의 아름다움과 규방 문화의 정신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제가 남긴 작품으로 도전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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