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강지훈PD] 10년 넘게 홍대 인디음악을 지켜온 기타리스트 ‘에로기타’.

이번이 '마지막 밴드'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음악을 하고 있는 고독한 작곡가.

이번 땅콩인터뷰에서는 그의 냉혹하면서도 간절한 음악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 마지막 밴드라는 마음가짐으로 냉혹하고 차가운 현실 음악세계. 그 안에서 그는 어떻게 살아왔을까.

PD : 반갑습니다! 소개 부탁드릴께요!
에로기타 : 안녕하세요. 저는 빔아이즈빔이라는 팀에서 기타와 작곡을 같이 하고 있는 '에로기타' 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PD : 네?? '에로기타'라고요?
에로기타 : 아..그게 좀 재미없는 에피소드이기는 한데.. 제가 장난으로 여자친구한테 “별명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어요.  제가 조금 멜랑꼴리한걸 좋아해서 여자친구한테 "멜로기타는 어때?" 라고 하니까 여자친구가 “오빠가 무슨 멜로냐. 오빤 에로가 어울린다”고 말해서 '에로기타'라고 별명이 됐어요.

PD : 하하하. 재밌는 여자친구네요. 지금도 잘 만나고 계신가요?
에로기타 : 아니요. 일주일 만에 헤어졌어요. 좋은 별명을 남기고 갔죠. 하하하. 그러고 제가 이 바닥에서 10년 넘게 음악을 했지만 제 본명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정말 친한 친구들 몇 명 빼고는 다들 "에로야", "에로형" 이렇게 불러요. 기억하기는 좋은 것 같아요.

PD : 아! 그렇겠네요. 그렇다면 저도 어디 한번.. "에로...씨?"(남자끼리 하니까 이상하네요)
에로기타 : 하하하하.

 

▲ 제 본명을 아는 사람은 많이 없어요. 오히려 "에로야"라고 부르면 기억하기도 좋잖아요.

 PD : '빔아이즈빔'. 어떤 음악을 추구하는 밴드인가요?
에로기타 : 음..저희는 청춘을 달리는 음악을 한다고 얘기를 하고는 있는데, 약간은 마이너 느낌의 슬픈 곡들이 많지만 발라드나 모던 쪽 음악은 아니고, 슬픈 가사지만 격정적인 밴드입니다.

PD : 뭔가 어렵네요; 쉽게 설명해주세요!
에로기타 : 음.. 비교를 하자면 약간 몽니 같은 성향도 있고.. 멜로디 위주의 음악이면서 슬픈 락 정도라고 할 수 있겠어요.

PD : (쉽게 락 밴드라고 하면 되지)그럼 밴드 멤버들은 어떻게 모이게 됐나요?
에로기타 : 지금 같이하게 된 멤버들도 7~8년 이상 밴드를 한 사람들이고 원래 알고 지내던 친구들에요. 이제 이 밴드가 정말 '마지막 밴드'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보자! 하고 모인 밴드에요.

PD : 마지막 밴드요?
에로기타 : 그만큼 절실하게 하겠다는 거죠. 열심히. 하하하

PD : 그럼 밴드 이외에는 아무것도 안하시나요?
에로기타 : 저는 안하지만 피아노 치는 친구는 방송 세션도 하고 개인적으로 연주도 하고요, 나머지 친구들은 각자 다 일을 하고 있어요. 아르바이트를 한다거나 직장을 다니는 사람도 있는데 얼마전에 그만뒀어요.

PD : 직장과 음악. 2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건 어렵지 않나요?
에로기타 : 저희는 2마리 토끼를 잡는다기 보다는 다들 일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항상 우선순위는 밴드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만약 갑자기 중요한 공연이 생기면 일을 그만두고 뛰쳐나올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는 친구들이라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진 않아요. 기본적으로 음악으로만 지금 살 수가 없으니까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죠.

 PD : 그렇다면 만약 정말 마지막 밴드가 됐다.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하실 계획인가요?
에로기타 : 안하게 되면 제 인생을 찾아봐야겠죠. 밴드를 가장 첫 번째로 생각은 하지만 만약 밴드를 그만두게 된다면 무언가를 해야겠다라는 계획은 가지고 있거든요. 저희가 다 30대고 나이도 있으니까요.  근데 아직 그만두겠다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밴드라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하는거에요. 하하하.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 "만약 갑자기 중요한 일이 생기면 일을 그만두고 달려올 사람들만 모인 곳이에요. 정말 마지막 밴드라는 마음가짐으로요."

PD: '에로기타'씨의 음악을 찾던 중 K-리그 수원삼성 응원가를 들었어요.
에로기타 : 아!! 그게 저희가 염기훈선수 음악을 만들게 되면서 인연이 돼서 염기훈 선수만의 곡을 만들었어요. '염기훈 송'이라고 만들어서 염기훈 선수에게 주면서 그랑블루 앨범까지 참여하게 됐어요. 저희가 수원삼성 축구단도 좋아했는데 정말 운이 좋았죠.

PD : 아하! 그럼 염기훈 선수가 먼저 제의를 한건가요?

에로기타 : 처음에 그런건 아니었고요. 저희가 염기훈 송을 만들어서 서포터 단장님한테 음악을 보내드렸는데 좋다고 하셔서 진행을 하게 됐어요. 아! 그리고 염기훈 선수가 군대가기 전에는 저희랑 같이 공연도 했어요.

PD : 그럼 염기훈 선수랑 많이 친하겠어요!

에로기타 : 몇 번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그랬는데 직접 만나보니까 굉장히 멋있고 사고방식도 멋있고요. 좋은일도 많이 하시고.. 직접 만나서 보니까 더 좋아졌어요. 그리고 고통의 시간도 많았는데 그런것에 꺽이지 않고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이죠.

PD : 아!! 그렇군요. 그래서 친하다는 건가요 안 친하다는 건가요?
에로기타 : 뭐...하하하...저는 많이 친한 것 같습니다. 하하. 지금은 군대에 있어서 못보기는 하지만..많이 친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하하하하하

PD : 그렇다면 나중에 땅콩인터뷰에 염기훈 선수 초대 한 번 해주세요!
에로기타 : 하하하.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지금은 군대에 있으니까 제대하면 꼭! 물어보겠습니다.

PD : 네! 감사합니다. 그럼 염기훈씨와 같이 작업한 음악 한번 들어볼께요!

 PD : '에로기타'씨는 한 달에 몇번 정도 공연을 하나요?
에로기타 : 저희는 한달에 2번 정도 공연을 해요. 앞으로는 기획 공연 위주로 할 생각을 하고 있고요. 저희 빔아이즈빔이란 밴드가 아직은 신생이라 아시는 분들이 많이 없지만 한 번 공연을 보시거나 음악을 들어보면 저희 팬이 될 수 밖에 없어요. 라이브도 잘하고 공연 때 선물도 드리고요.

PD : 공연 때 선물을 준다고요?
에로기타 : 네 선물을 주는 쇼를 가끔씩 하거든요. 아무튼 저희 공연을 보고 돌아갈 때 ‘너무 좋은 공연이었다’ 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공연비도 그렇게 비싸지 않으니 많이 보러 오세요. 조금 자랑이긴 하지만 요즘 공연을 해달라는 부탁이 많이 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다음 공연때 많이 보러오세요. 하하하.

PD : 그럼 '에로기타'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에로기타 :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제가 밴드를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에요. 그 당시 정말 잘나가던 '퍼니파우더'라는 그룹인데 그 팀이 그 당시에 정말 선풍적이었거든요. 팬들도 정말 많았고요. 아무튼 그렇게 인기가 많은 '퍼니파우더'의 단독 공연 때 저희가 오프닝 무대에 서기로 한거에요. 너무 두근거렸죠. 그런데 공연 당일에 오프닝에서 엔딩으로 순서가 바뀌었어요. 하지만 저한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어요.

공연 당일 홀에 도착했더니 정말 많은 팬들로 꽉 차있는거에요. 당시 자우림도 와있었고.. 그래서 '정말 공연 잘해야되겠다!' 하고 파이팅 하고 있었죠. '퍼니파우더'의 무대가 끝나고 이제 저희 차례가 돼서 무대를 올라갔는데 '퍼니파우더' 공연이 끝나니까 사람들이 전부다 나가버리는거에요. 저희가 무대위로 올라갔때는 관객이 딱 1명 있었어요. 정말 너무 실망했지만 '1명이라도 있으니까 열심히 공연하자' 라고 마음먹고 공연을 시작했어요. 근데 그 한 분이 혼자서 정말 재밌고 즐겁게 봐주시는거에요. 그래서 저희도 힘이 생겨서 정말 열심히 공연 했어요. 그러고 공연이 끝난 뒤 그 분이 ‘수고하셨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셔서 저희도 인사를 했죠. ‘감사합니다’ 라고요. 그러더니 그 분이 저 쪽으로 가시더니 대걸래 하나를 가지고 오시더니 청소를 하시더라고요. 알고보니 직원이었죠. 하하하하. 정말 잊혀지지 않는 공연인 것 같아요.

PD : 와..정말 잊을 수 없는 공연일 것 같아요. 의도치 않았지만 한 명을 위한 공연. 그렇다면 '에로기타'씨 공연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은 있으신가요?

에로기타 : 음.. 정말 저희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한 분 계세요. 정말 어떻게 보면 요즘에는 그 분 때문에 저희 팀이 탄력을 받고 있다 라는 생각이 들 정로 저희를 너무 챙겨주시고 너무 감사한 분이 한 분 계시죠. 주말에 공연할 때는 거의 모든 공연을 다 보러 오시고요.

PD : 정말 감사한 팬이시네요! 그렇다면 지금 이 자리를 빌어 한 말씀 해주세요!
에로기타 : 아.....항상 이렇게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그... 손수 만든 레몬티는 엄청 잘 먹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곧 공연을 할테니 그 때 꼭 봐요!. 하하하. 쑥스럽네요.

 

▲ "모두다 빠져나가고 한 명의 관객이 남았을 때, 저희는 그 분을 위한 공연을 했어요. 그런데 그 남은 한 분이 공연장 직원이더라고요"

PD : 나이도 많다고 했는데 부모님의 반대는 없으신가?
에로기타 : 제가 20살 때 군대가기 전에는 아버지가 음악하는 것에 대해 별 말씀이 없으셨어요. 그러고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또 음악을 하고 있으니까 엄청 반대를 하셨어요. "어렸을 때 했으니까 이제 회사를 다녀라" 이렇게 좀 완강하셨고, 또 아버지가 젊으셨을 때 밴드 생활을 하셨던 분이라서 음악이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하기가 힘든거고 불안정한 직장인걸 잘 알고계세요. 그러니까 걱정도 많이 하시고 말렸죠. 그래서 제대하고 나서 제가 30살 까지는 밴드하는 척을 안했어요. 몰래 한거죠.

PD : 아버지도 음악을 하셨던 분이면 오히려더 이해를 해주실 것 같은데..
에로기타 : 정말 고지식하세요. 엄청 고지식하시고 염색 하는 것도 이해 못하고 밥먹을 때 하나하나 다 터치하실 정도로 정말 고지식한 분이세요. 그래서 어렸을 때 조금 피곤했던 적도 많았어요. 일상 생활하는거에 대해서는 엄청 고지식하신데.. 그런데 여자문제에 있어서는 또 관대하세요.

PD : 여자문제라면...어떤 점에서요?
에로기타 : 네. 예전에 아버지가 "여자친구는 왜 집에 안데리고 오냐"고 뭐라고 하신 적도 있어요. 하여튼 제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여행을 가셔서 속으로 '잘됐다' 싶어서 여자친구를 집에 데리고 왔어요. 그러다 여자친구랑 집에서 놀다가 같이 자게됐어요.

PD : 같이 잤다고요?????
에로기타 : 아..하하하하. 정말 순수하게요. 저는 마루에서 자고 여자친구는 방에서 자고요. 진짜에요. 하하하. 그런데 그 다음날 부모님이 예상과 다르게 너무 빨리 집에 오신거에요. 그 친구는 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고요. '아..진짜 많이 혼나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가 오히려 밥까지 사주시고 더 놀다가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거 보면 아버지의 성격이 고지식한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PD :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아버지네요. 그럼 어머니는 어떠신가요?
에로기타 : 저희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세상은 완벽하다. 니가 노력한만큼 보답이 오니까 고통의 시간이 길더라도 참고 이겨내면 분명히 그동안 고통스러웠거나 힘들었던 것에 대한 보상이 있을거다"라고 말씀하셨어요.

 

▲ "세상은 완벽하다. 노력한만큼 보답이 오니까 고통의 시간이 길더라도 참고 이겨내면 분명히 그동안 고통스러웠거나 힘들었던 지난 일에 대한 보상이 있을거다"

 PD : '에로기타'씨에게 음악이란 어떤 것인가요?
에로기타 : 저에게 음악은 술 같아요. 제가 굉장히 술을 좋아하기도 하는데 술이 몸에 좋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저는 음악을 하면 할수록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술처럼 어떤날은 심취하게되면 눈물도 나고.. 끊어야지 끊어야지 하면서도 계속 손에서 못 놓는 것중에 하나죠.

PD : 앞으로도 정말 '마지막 밴드'가 아니라 '영원한 밴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쉽지만 이제 인사 부탁드릴께요.
에로기타 : 이렇게 좋은 인터뷰를 소개받아서 하게 돼서 좋았고 신선하고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시선뉴스'가 계속 발전해서 우리나라에서 음악하시는 분들과 아직 빛을 보지 못한 다양한 사람들을 다 인터뷰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아! 그리고 저희 빔아이즈빔 항상 지켜봐주시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들어오시면 공연정보 볼 수 있으니까 많이 공연 보러 와주세요. 감사합니다!

PD : 네 감사합니다! 저희 '땅콩 인터뷰'는 릴레이 인터뷰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음 인터뷰 대상자를 지목 해주세요.
에로기타 : 이번 헬로루키 수상도 받은 '베인스'라는 여성 밴드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유희'씨를 추천하겠습니다.

PD : 드디어 제가 기다리던 여성 밴드가 나왔군요!!
에로기타 : 여성 밴드이기는 한데.. 절대로 말랑말랑한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아니에요. 정말 여자 '너바나' 같으면서 마녀같은 밴드죠. 하하하. 기대하셔도 좋을거에요!

PD : 여성 스러운 밴드는 없는건가...
에로기타 : 너무 실망하지는 마세요! 하하하
 

 ※ 시선뉴스 '땅콩 인터뷰'는 사회 문화, 경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 각 분야에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는 화제의 인물 삶의 철학이나 성공 스토리,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특별한 인터뷰' 공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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