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정혜인 수습기자 / 디자인=김선희 proㅣ강원지역 한 유기 동물 보호소에서 법정보호종이자 멸종위기 2급인 삵이 안락사됐다는 소식이 지난 17일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졌다. 인터넷에 퍼진 사진에는 태어난 지 60일 미만으로 추정되는 어린 삵이 케이지에 들어있는 모습과 함께 '안락사 종료'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이 소식을 통해 사람들은 ‘삵’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삵’은 고양잇과 동물에 속하는 맹수로, 일반 고양이보다는 눈에 띄게 큰 덩치를 가지고 있다. 회갈색의 털, 뺨에 있는 세 줄의 갈색 줄무늬가 가장 큰 특징으로 몸에 반점이 많다. 등에도 흙색의 띠가 세 줄로 있다. 고양이보다 큰 꼬리, 그리고 고양이보다 조금 작은 귀를 가지고 있다. 

다른 단어로는 ‘살쾡이’라고도 부른다. 1989년 이전까지는 ‘삵괭이’로 표기했지만, 새로운 한글 맞춤법이 시행되면서 ‘살쾡이’로 표기하게 되었다. 어원은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살쾡이와 고양이의 합성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성체로 자라면 고양이보다 덩치도 크고 힘도 강하다. 속도도 빠른 편에 울음소리도 크다. 가끔 인가 주변에 살기도 하는데 주로 밤에 활동하며 작은 설치류, 야생 조류를 습격한다. 때로는 청설모, 산토끼, 어린 노루, 들꿩의 새끼도 잡아먹는다. 그래서 마을 주변 양계장의 닭을 습격해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동북 아시아권에서는 이러한 사나운 성질을 부각해 삵이 ‘요괴’로 종종 등장해 왔다. 인간으로 둔갑한 뒤 학식이 높은 사람에게 접근했다가 정체를 들켜서 본모습으로 돌아갔다는 이야기도 있고, 누군가의 아내로 둔갑했다가 들켰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키울 수 없는 동물은 아니다. 해외에서는 삵을 반려동물로 키우기도 하는데, 삵도 사람과 친해지면 강아지처럼 사람을 잘 따른다. TV 동물농장에 나온 새끼 삵은 사람에게 구조되자 소위 ‘개냥이’처럼 행동하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토끼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 마치 개처럼 사람의 지시를 따르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이러한 행동은 ‘사람’에 한정되어 있다. 맹수의 기질이 있다 보니 자신보다 작은 애완동물을 보면 순식간에 공격한다. 삵은 간혹 멧돼지, 너구리, 대형견 등 더 큰 동물들에게 덤비기도 한다. 그래서 만약 삵을 애완용으로 기른다고 해도, 다른 동물과 함께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삵은 멸종위기 2급 보호종에 속하기에 개인이 삵을 사육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사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삵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70년대 이후로 쥐약과 살충제 열풍이 불면서 안타깝게 희생된 삵이 많았다. 당시 쥐약은 지금과 달리 2차 독성이 강해서 의도치 않은 피해가 더 컸다. 그렇게 개체수가 순식간에 줄었는데, 야간 산악도로에서 로드킬을 당한 삵도 늘면서 이제는 삵을 보기 어려워졌다. 

최근 안락사당한 삵도 자동차 바퀴에 하반신이 짓이겨진 것으로 추정되었다. 더 이상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는 삵이 생기지 않도록 로드킬 등에 의한 피해 방지 대책 마련과 삵의 생태학적 특성에 기초한 보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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