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박 못하면 성폭행 한다' 송영근 의원의 속보인 발언 [시선톡]

[시선뉴스 이호기자] 29일 송영근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군 인권개선 및 병영문화혁신특위' 전체회의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조언적 성격의 말씀을 드리겠다. 참고해 달라"며 운을 뗐다.

그리고는 최근 발생한 여단장의 여군 하사 성폭행 사건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는데, 그는 "들리는 얘기로는 (여단장이) 지난해 거의 외박을 안 나갔다고한다"며 "가족도 거의 면회를 안 왔다. (여단장이) 40대 중반인데,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는 측면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리고 이어서 "그 여단장뿐이겠느냐"라며 "육해공군을 포함해 전군의 지휘관들이 한 달에 한 번씩 정상적으로 나가야 될 외박을 못 나간다. 그러다보니 가정관리도 안 되고, 본인의 섹스 문제를 포함한 관리가 안 되면서 이런 문제를 야기하는 측면이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또 "군에서 소위 잘 나간다는 사람들이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데, 이들은 명예욕이 대단히 강하고 출세지향적인 사람들"이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일 잘 한다'는 얘기를 듣기 위해 외박도 안 나가는 거다. 지휘관이 외박을 안 나가면 부대의 피로도 문제가 발생하니 규정된 외출외박은 반드시 나가도록 해줘야한다". "외박을 안 나가고, 밤새도록 일하는 사람이 업무를 잘하는 것처럼 평가되는 것은 후진군대"라며 "(정 안 되면) 관사에서라도 쉬라고 해야 한다. 앞으로 원인 분석을 할 때 심각하게 분석해 달라"는 발언을 했다.

송영근 의원의 발언의 취지는 명예욕이 있는 군인이 외박을 나가는 등의 휴식을 취하게 되면 출세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군의 폐해를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박을 하지 않아 성폭행이 발생한 것이 당연하다는 발언은 여군 하사에게 성폭행을 저지른 여단장의 행동을 정당화 시키는 위험한 발언이었다.

수많은 군인들이 해당 사건을 일으킨 여단장과 같은 환경에서 근무를 하고 있지만 성폭행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외박을 하지 않으면 성폭행이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발언은 여단장의 잘못이 아닌, 군 시스템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결국 피해자는 군의 시스템에 성폭행을 당한 꼴이 되고, 외박을 나가지 않는 군인들은 잠재적인 성 폭행범이 되는 발언을 한 것이다.

또한 군 옴부즈맨 도입에 대해 피력하는 부분에서 피해 하사에 대해 “하사관 아가씨”라는 표현은 하사관을 하사관으로 보는 것이 아닌, 그저 ‘아가씨’로 따로 구분한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었다. 뿐만 아니라 하사관이라는 표현 역시 부정적인 의미 때문에 부사관이라는 명칭으로 바뀐지 오래지만, 송영근 의원은 그런 기본적인 군 용어도 지키지 못했다. 

물론 송영근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지혜롭지 못한 행동이었으며 성폭행을 두둔할 의도는 없었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3성 장군 출신이라는 군인의 정점을 찍은 사람의 평소 가치관이 어떤 수준인지를 간접적으로 본 것 같아 많은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꼈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그 말이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어떻게 들릴 것인지도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그것이 그런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소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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