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아련] 누군가의 절박함이 담긴 청원. 매일 수많은 청원이 올라오지만 그 중 공론화 되는 비율은 극히 드물다. 우리 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지만 조명 받지 못한 소외된 청원을 개봉해 빛을 밝힌다.

청원(청원시작 2020-11-13- 청원마감 2020-12-13)

- 어린이집에서 놀다 부딪혀 숨진 6살 부모, 보육교사 증원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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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청원내용 전문

10월 21일 수요일, 회사에서 점심식사 후 커피 마시고 있는데 큰 아이의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오전에 야외놀이를 하다 친구와 부딪혀서 많이 울고, 진정 되고나니 졸려해서 낮잠 짧게 자고 일어나, 점심을 거의 안먹었는데 그마저 토하고 식은땀을 많이 흘려, 병원에 가야할 것 같다고, 새학기에 제출하는 긴급시 호송할 병원을 대학병원으로 적어 제출하였는데 부모님과 확인하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제가 상황을 직접 본게 아니고, 대학병원이라 적었는데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가 없으니 확인 전화한거겠지 해서 이럴땐 보통 어떻게 하냐 되물으니, 그러면 필요 검사가 가능한 주변의 큰 병원으로 가자해서 저도 회사에서 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렇게 23일 금요일 오전, 이틀만에 우리집 6살 슈퍼히어로는 더 신나는 모험을 위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림 그리기와 히어로, 변신로봇을 좋아하고, 어린이집 하원할 때마다 엄마 선물이라며 그 날 그리고 오린 것들을 한아름 주는 아들, 곧 2돌 되는 남동생과 매일 다투면서도 동생이 울면 가장 먼저 뛰어가는 형아, 꿈 많은 만 5살, 평범한 남자아이였습니다. 친구와 이마로 부딪혔다했는데 왜 오른쪽 옆 머리에 골절과 뇌출혈이 생겼는지, 다음날 CCTV 확인 결과, 코로나와 미세먼지로 야외활동을 못했던 아이들이 오랜만에 나와 정신없이 뛰어놀다, 우리 아이와 다른 친구가 서로를 보지 못하고 달려가다 부딪혔고, 우리 아이는 그 충격으로 바닥으로 넘어지며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습니다.

우리 아이가 뛰어놀고 있던 곳은 어린이집 관하의 놀이터(푹신한 재질의 바닥)가 아닌, 그 놀이터와 바로 이어있는 옆 아파트 관할의 농구장(우레탄바닥)이였습니다. 어린이집 놀이터는 놀이기구들이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만한 공간이 나오지 않아, 아이들은 자주 그 옆 농구장까지 뛰어놉니다. 이 농구장과 놀이터는 우리 아이가 다닌 어린이집과 바로 옆에 위치한 다른 어린이집이 함께 사용하는 곳으로, 아이들이 킥보드를 타거나 뛰어노는 공간으로 많이 이용됩니다. 제게 전화했던 원장님도, 응급실에서 만났던 담임교사와 양호 선생님도 우리 아이가 바닥에 부딪혔다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못보신거겠지요.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현재 경찰에서 수사중에 있습니다.

제가 오늘 이 청원글을 쓰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어린이집에 자식을 믿고 맡길 수 밖에 없는 부모와, 에너지 넘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 10~20명까지 돌봐야하는 담임보육교사,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하게 보살핌 받아야하는 우리 아이들, 이 모두를 위해 연령별 담임보육교사를 증원하는 법령을 만들고자 함입니다.

현재 어린이집 연령별 보육교사:원아 비율은 4세(만2세) 1대7, 5세(만3세) 1대15, 6-7세(만4-5세) 1대20 입니다. 그리고 야외놀이 시 보조교사를 추가배정 할 수 있지만 의무사항이 아니여서, 담임교사 1명이 뛰어노는 아이들 20명을 보게 되더라도 법적으로 괜찮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번 사고 당시에도 담임교사1명이 원아 19명을 돌보며 야외활동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에 저는 현 인원 대비율을 반으로 줄이고 야외놀이 시 보육교사 인원 대비도 의무사항으로, 아래와 같은 대비율로 개정되기 바랍니다.

[담임보육교사 대 원아 비율을, 만 0-1세반 1대3 (기본 담임교사 2명), 만2세반 1대4, 만3세반 1대7, 만4-5세반 1대10, 야외놀이시 만2세반 1대3, 만3세반 1대5, 만4-5세반 1대7]

내 자식 2명도 한꺼번에 보기 힘든데, 어떻게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 20명을 교사 1명이 일일히 보살피고 혹시 모를 상황에 미리 제어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의 활동범위가 넓은 야외활동 시 추가지원교사/어른이 있다면, 정확한 상황파악이 가능하다면, 얼마나 많은 사건 사고가 줄어들까요.

영유아반도 원아수와 관계없이 보육교사가 2명 이상 일 경우, 아이들이 말을 못한다는 것을 악의적으로 이용하거나, 과한 업무스트레스를 핑계로, 간혹 보육교사가 되지 말아야할 사람들이 저지르는 학대가 얼마나 줄어들까요. 신입 보육교사가 경력있는 보육교사와 함께 한 반을 맡게 된다면, 글과 영상으로만 배우던 것과 다른 실경험에서 배우는 것이 밑거름이 되어, 더욱 좋은 보육교사로 양성되지 않을까요. 몇년 간 매일 같은 일상으로 인해 자기도 모르게 안전불감증이 생길 수 있는 경력 교사에게도 신선한 새로운 시작이 될수 있지 않을까요.

부모 둘다 일을 하고있고, 친가 외가 조부모님께서 아이를 봐주실 수 없어, 다 형편에 맞춰 키울 수 있고, 큰 욕심 부리지 않으며 소소한 행복 느끼며 살면 된다고 믿으며, 첫째를 생후 100일부터 어린이집에 보내며 키웠습니다. 둘째 또한 그렇게 키우고 있습니다. 웃음 많고 잘 삐지기도 하지만 말을 참 예쁘게 하던 우리 아이를 그렇게 키울수 있었던 건 다 어린이집 선생님들과 원장님들 덕이라고, 반은 어린이집이 키워주고 있다 생각했습니다. 불안하지만, 믿지 않으면 보낼 수 없고, 보내지 않으면 생활이 안되니 믿고 보낼 수밖에 없는, 저희 뿐만 아니라 다른 부모님들도 같은 마음일거라고 생각해봅니다.

만약 부모 둘다 일을 할 경우, 부모가 아이를 보는 시간보다,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아이들이 놀면서 미처 다른 사람을 보지 못하고 부딪히는 일, 바닥에 넘어지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요. 해당교사에게 이 일은 어떤 트라우마로 남을까요. 병원에서 사망선고 들은 당일인 10월 23일 오후에 유가족 진술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린이집에서는 대체보육교사가 없어 사고 이후로도 담임교사는 지난 2주동안 출근해서 어린이집 대상 조사는 11월 7일 시작되었습니다. 그 교사는 매일 무슨 마음으로 어린이집에 출근을 했을까요. 이 또 얼마나 잔인한 현실인가요. 우리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은 만2세반에 만5세반까지 있는, 정원 151/ 현원 133명의 국공립 어린이집 입니다. 흔히 말하는 삼대가 덕을 쌓아야 입소 가능하다는 국공립 어린이집인데, 밥이 맛있고 집이 가까워 좋다 했는데, 우리 아이는 아직도 하원하지 못했습니다.

국공립인 것을 새삼 깨달은 것은 아이의 장례를 치르며 였습니다. 평소 만날 일이 없는 높은 보직의 공무원분들이 여러 차례 방문하시고, 구청직원과 어린이집협회 직원분들이 교대로 장례식장 로비에서 대기하며 오갈 때마다 도울 것이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아들이 허망하게 떠났다는 현실을 채 깨닫지도 못한 어미에게 도울 것을 묻는다는 것이 참 잔인하다 느껴졌습니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을테니, 제발 우리 아들을 돌려만 달라고 할 수 도 없잖습니까. 제발 볼 때마다 너무 괴로우니, 도움 필요할 때 연락할테니 제발 좀 가달라고 여러차례 정중히 요청하였는데 매일도 빠짐없이 하루 종일 계시더군요.

터질것 같은 슬픔을 누르고, 언제든지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고였던 만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린이집 옆 농구장을 놀이터 바닥과 동일한 푹신한 재질로 바꿔달라 부탁드렸습니다. 이에 우리 아이 어린이집 옆 농구장 바닥뿐만 아니라 지역 내 공원들에 위치한 놀이터 바닥 공사도 계획하겠다 약조하시었으니, 그것 또한 실행되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해볼 계획입니다. 있어서는 안될 일이, 저희 가족에게 생길거라곤 정말이지 생각치 못했습니다. 지금도 어린이집을 지나가면 다른 친구들이 웃는 얼굴로 하원하며 부모에게 안기고, 종알종알 무얼했는지 말하며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부러워서 저도 가서 초인종을 누르고 우리 아이 데리러 왔다고, 너무너무 보고싶다고, 집에 가자고 하고싶습니다. 둘째는 형아 장난감과 그림을 가리키며 형아 형아 하고 부르며, 제 손을 현관문으로 이끌며 형아 데리러 가자고 합니다.

두아이를 등원시키던 남편은 21일 큰아이를 등원시킨 후 제대로 얼굴 한번, 목소리 한번 듣지 못한채 아들과 마지막 인사를 해야만 했습니다.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종알종알 하고픈, 갖고픈 것 많던 우리 아들이 너무 보고싶습니다. 평소에 해주지 못했던 것들이 자꾸 떠올라 너무 괴롭고 죄스럽습니다. 그런 엄마 옆에서 불안해하는 둘째에게 또 미안합니다. 이런 죄책감, 괴로움과 그리움을 그 누구도 겪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소중하고 귀한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안전하고 건강히 잘 자랄수 있도록, 가장 기본이 될 담임보육교사 대 원아 인원 비율을 수정하고, 야외놀이 시 인원 비율을 법령으로 개정하여, 우리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잘 자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청원 UNBOXING) 취재결과>> 보건복지부 차관 양성일

“2021년에는 보조교사 약 1천 명을 추가 지원하고, 담임교사의 보육업무가 집중되는 시간과 야외놀이・현장학습 시에도 보조교사를 우선 배치하도록 하여 야외활동 시 아동을 돌보는 교사 수를 늘려 나가겠습니다.”

“정부는 보조교사 지원 확충, 보육교직원 안전의식 제고와 더불어 어린이집 보육교사 대 아동비율의 적정 수준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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