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정부가 다음 달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며 모든 국민이 8월 달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택배 회사들이 다음 달 14일을 택배 없는 날로 정해 택배 기사들이 하루 쉴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올해 6월 6일 현충일과 8월 15일 광복절이 모두 주말과 겹쳐 휴일이 줄어든 점을 감안한 결정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택배 없는 날에 대해 택배 기사님들이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사진/Wiki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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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없는 날'은 주요 택배 회사가 택배 기사들이 하루 쉴 수 있도록 정한 날로 이날은 택배 화물의 집하 배송이 중단된다.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택배 등에서 공식 휴가가 결정됐다. 

코로나19로 외출과 쇼핑이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쏟아지는 택배 물량에 더욱 쉴 틈이 없었던 택배 기사들이 맘 놓고 쉴 수 있게 되었다. 택배 없는 날은 사상 최초이자 택배 산업이 시작된 지 28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택배 회사들은 호황기를 누리고 있지만 택배 기사들은 더 바빠졌고 과도한 업무로 인해 배송 중 쓰러져 숨을 거두거나 급성심근경색 등으로 올해만 3명의 택배 기사가 과로로 세상을 떠났다.   

전국택배노동조합에 따르면 코로나19 장기화로 택배 기사들은 6개월째 쉴 시간도 없이 일을 하고 있으며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기 때문에 연차·월차 등의 법정 휴가도 사용할 수 없다. 당장 몸이 아파서 쉬고 싶어도 자신이 받는 배송 수수료보다 2~3배 되는 대체배송비용을 본사에 내야 하기에 쉴 엄두조차 내기도 힘든 상황이다.

택배 없는 날 다음날인 15일 토요일은 광복절, 16일은 일요일, 17일은 임시공휴일로 택배 기사들은 이론적으로 최장 나흘 연속 휴식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일부 기사들은 자신의 휴무일 수 동안 택배 이용자들이 택배를 안 시키는 것도 아니기에 배송량이 밀려 출근과 동시에 물량 폭탄이 걱정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일하는 만큼 버는 직종이기에 쉬는 것을 마냥 환영할 수는 없다는 입장도 이어진다.

업계에서는 법 적용 대상에 유통사 배송 서비스, 우체국 등이 제외돼 있다며 더 큰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쿠팡 등 유통사 자체 배송 업무는 정상 진행하며 우체국은 3,800여 명의 위탁 택배원의 휴무를 결정했지만 당일 특송 접수 업무를 두고는 고민 중이다. 우체국 휴무는 법이 정하는 관공서 휴일 규정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택배업은 점점 업무가 과중해졌고 그 힘듦은 오롯이 배송 기사들의 몫이었다. 코로나19의 또 다른 숨은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택배 기사들. ‘택배 없는 날’의 취지를 살리려면 소비자들도 이날을 피해 물건을 주문하는 배려도 분명 필요하다. 또한 택배 없는 날이 화제성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택배 기사들의 건강이 보장되는 노동 환경이 하루빨리 올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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