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최지민] 지난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정보통신사업자들이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방지 책임자를 의무적으로 두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인 ‘n번방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n번방 방지법’은 성착취물의 유통·판매 사건인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법안으로 과방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n번방 방지법’ 중 하나로 불리는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사업자에게 ▲불법 촬영물 등 유통방지 책임자 지정 ▲방송통신위원회에 매년 투명성 보고서 제출 등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외국 통신서비스 사업자에게도 디지털성범죄물 게시 즉시 삭제 의무와 필터링 조치 의무 등을 부과하고, 국외에서 이뤄진 행위도 국내 시장 또는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칠 경우 이 법을 적용한다는 역외규정도 포함됐다.

이날 통과된 법안들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까지 통과해야 입법화된다. 그러나 개정안이 취지에 맞는 법안인지에 대한 정보통신기술(ICT)업계와 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사전 방지를 법으로 강제하고 있는데 사실상 SNS 대화는 암호화되어 저장되기에 사업자가 불법 촬영물 유통 방지 명목으로 대화 내용을 확인할 수 없어 불가능한 의무를 강제한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사업자가 대화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필터링 등 기술적 조치를 하는 것에 대해 이용자들과 시민단체들은 사전 방지를 위해서는 사실상 모든 온라인 게시물이나 메신저 대화방이 검열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다. 이는 국민에 대한 사적 검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 메신저 서비스의 경우 서버에 암호화된 상태로 저장되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자가 대화 내용을 확인할 수 없을뿐더러 필터링 기술 적용이 불가능하다.

또한 국내 IT 기업들은 과도한 규제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텔레그램과 같은 해외 기업의 서비스에서 벌어진 문제를 국내 기업들에 떠넘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외 기업에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개정안에 역외 조항이 있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해외 기업이 이를 따를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방통위 및 여당 측은 “온라인 유해물 유통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해외 기업에 대해 구속력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개정안 제안 이유에도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신속한 삭제와 접속 차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n번방 방지법’이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보여주기식 입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적 공분과 아픔을 야기한 만큼 한층 강화된 법으로 다시는 유사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더욱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이달 말 20대 국회 임기의 끝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입법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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