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시연] 야밤에 남몰래 담을 넘어 신부에게 간 뒤 서로 얼굴도 모르는 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파격적인 결혼 풍습을 가진 부족이 있다. 중국 윈난성(雲南省)의 소수민족으로 마사인(摩梭人)족 혹은 모수오(Mosuo)족으로 불리는 이들은 여성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이러한 혼인 제도를 선택하게 됐다.

이들은 모계사회 속에서 모든 경제권과 결정권이 어머니에게 있고 가장의 맥을 딸이 이어받는다. 이는 중국 당나라 역사서인 구당서(舊唐書)에 나오는 여인들의 나라 ‘동여국’의 전통을 잇는 것이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윈난성에는 1950년대까지 동여국의 수많은 여추장이 여왕을 지켰다는 전설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인근 십여 개 마을을 한꺼번에 지배했던 여왕, 그만큼 여왕의 권력은 대단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중국 인민 해방군이 그녀를 몰아낸 후 현재 매우 더딘 속도로 현대화가 진행 중이다.

모수오족이 이어오고 있는 ‘주혼’제도는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고 밤에만 만나는 애정관계다. 남자는 낮에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은밀한 사인을 보내고 그것을 여자가 받아들이면 밤에 남몰래 여자 집 담을 넘어 들어간다. 이렇게 담을 넘고 밤을 함께 보낸 남자를 ‘아시’라고 부른다.

그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그저 자유연애만 즐기며 여자와 ‘아시’사이에 자식이 태어나도 그들은 함께 살지 않는다. 주혼의 규칙상 주혼 한 남녀가 한 집에서 같이 살 수 없고 밤이 아닌 낮에는 남-여가 한 공간에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낮에 주혼상태를 마주치더라도 모른 척 지나쳐야 하며, 주혼 후 태어난 아기의 양육권은 여자가 갖는다.

주혼을 시작하는 시기는 16살로 세 가지 원칙이 있는데 첫째, 같은 마을 사람끼리는 주혼을 하지 않는다는 것. 둘째, 주혼을 해도 양가는 간섭을 하지 않을 것. 셋째, 여자 측에서 주혼을 거부하면 그 관계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상대를 고르는 것은 어디까지나 당사자 두 사람의 선택에 달려 있다.  

주혼(走婚)에서 ‘走’를 쓰는 이유는 아마도 ‘향하여 가다, 달아나다’의 의미가 담겨져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이들에겐 ‘파방즈’라는 벽타는 풍습이 있다. 밤에 여자의 방에 들어가기 위해 100m 정도의 벽을 타서 창문으로 들어가는데 이때를 대비해 벽타는 연습을 한다. 보통 삼촌이 조카에게 필수적으로 가르쳐줘야 하고, 이 파방즈를 잘 하는 남자는 인기가 많은 편이다.

주혼 상태를 유지하는 기본적인 요소는 애정이며 경제적인 요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들은 일단 감정이 식어버리거나 성격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 관계를 끊어낼 수 있어 감정의 자유가 혼인관례에서보다 훨씬 순수하고 이로 인해 남녀 관계가 평등하다.
 
현대 문명을 누리는 누군가는 그들의 삶을 미개하고 원시적이라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한된 자원을 현명하게 활용하기 위한 그들 나름의 사랑 방식이었다. 그 어떤 사랑에 대한 가식과 강요와 속박도 없이 사는 이들은 그래서 더 자유롭고 진실한 사랑을 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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