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 디자인 최지민] 인간은 인간의 능력으로는 빠른 시간 안에 해내기 어려운 연산과 알고리즘 등을 수행하기 위해 컴퓨터를 만들어냈다.

컴퓨터는 인간이 부족하게 느끼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 개발되었고 진화해왔다. 따라서 인간이 어려움을 느끼는 것을 매우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인간이 쉽고 자연스럽게 여기는 것 오히려 해내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이를 두고 ‘모라벡의 역설’이라 한다.

1970년대 미국의 로봇 공학자인 한스 모라벡(Hans Moravec)은 컴퓨터를 두고 ‘어려운 일은 쉽고, 쉬운 일은 어렵다’고 표현했다. 컴퓨터는 복잡한 수식 계산이나 수학적 계산, 논리 분석 등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내지만 인간이 일상적으로 하는 행위인 보기, 듣기, 느끼기, 걷기, 맛보기, 생각하기, 의사소통하기 등의 행위는 모방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정한 규칙을 두고 이를 수행하는 프로그래밍을 하는 것은 보다 간단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른의 수준으로 체스를 두는 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은 쉽지만 세 살짜리 아기 수준으로 걷거나 말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은 극히 어렵다는 것이다.

모라벡은 이런 차이의 원인을 진화로 보았다. 그는 인간이나 동물이 가지고 있는 감각이나 지각, 운동능력이 수 백 만년의 진화를 통해 습득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진화 과정이 없는 컴퓨터에게는 어렵다고 주장한 것이다.

인간이 두 발로 걷고 균형을 잡는 데에는 귓속의 전정기관과 소뇌의 역할이 매우 커다. 이들은 끊임없이 몸의 기울기를 측정하고 그 데이터를 오차 없이 근육에 신호의 형태로 보내 넘어지지 않도록 한다.

과거에는 이런 알고리즘을 구현하기 어려웠고 사실 인체에 대한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맨땅에 헤딩하기와 같았다. 컴퓨터가 따라 하기에는 정보가 많이 부족했던 것이다.

현재는 어떨까? 4차 산업혁명으로 들어서면서 컴퓨터는 인공지능으로 진화되어 스스로 학습하기에 이르렀다. 방대한 정보를 딥러닝을 통해 습득하고 활용하여 인간의 행동을 모방할 수 있게 되었고 오히려 사람보다 더 안정적으로 걷고 뛰고 재주넘기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인공지능끼리 대화를 시켰더니 자기들만의 언어를 만들기도 하였다. 원리만 알게 되면 사람에게만 쉬웠고 컴퓨터에게는 어려웠던 행위들도 이제는 곧잘 하게 된 것이다.

이제 컴퓨터에게 남아 있는 숙제는 ‘감정’정도라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부분은 매우 위험한 영역이기 때문에 일부러 개발을 하지 않고 있는 영역일 수 있다. 모든 것이 인간보다 뛰어난 컴퓨터가 ‘분노’라는 감정을 이해하고 갖게 되면 어떤 일을 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는 희미해진 모라벡의 역설. 이는 컴퓨터가 못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이해력의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인간의 이해력만큼 컴퓨터는 그와 동등하게 또는 그 이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신기하고도 무서운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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