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김아련 / 디자인 최지민] 기업이 고용한 노동자에게 횡포를 부리는 ‘갑질’이 우리 사회의 문제로 대두되었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도 비일비재하게 존재한다. 바로 노동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에 피해를 입히는 행태가 그러하다. 

약 5년 전부터 일본에서는 ‘바이토(아르바이트) 테러’라는 말이 생겨났다. 이는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기업에 대한 테러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신조어로, 음식점/편의점 등의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음식이나 집기를 이용해 장난치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SNS에 퍼져나갔고 이는 기업 입장에서 테러와도 같은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서 바이토 테러가 처음 등장한 계기는 5년 전 아르바이트생들이 장난으로 올린 사진 때문에 한 소바집이 1주일 만에 도산하는 일이 벌어지면서부터다. 최근에는 일본 내 스키야, 구라스시, 빅에코, 도미노피자,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바미양, 로손 등 대형업체들도 바이토 테러를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일본 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라스시’라는 초밥 체인점에서는 지난 6일 아르바이트생이 생선을 쓰레기통에 던진 후 다시 꺼내 손질하는 동영상을 올려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 영상은 3시간 만에 삭제됐지만 그 사이에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회사 측은 지난 4일 한 손님의 신고로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전국에 500여 개의 매장이 있는 구라스시는 영상에 나온 횟감은 폐기 처분됐다고 해명했지만 소비자들의 분노가 커져 결국 지난 6일 전국에 임시 휴업을 했다. 손실은 10억 엔(약 102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또한 일본의 최대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아르바이트 직원이 어묵 판매대에서 실곤약을 재료로 만든 상품을 젓가락으로 건져 입에 넣었다가 다시 뱉어낸 뒤 카운터에서 춤을 추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올라와, 공개 사과를 해야 했다. 이뿐만 아니다. 패밀리마트 직원들은 상품을 혀로 핥은 뒤 비닐봉지에 담는 동영상이 올라와 지난 12일 사과한 바 있고, 일본 최대 가라오케 체인 ‘빅에코’를 운영하는 다이이치고쇼는 지난해 12월 자사 점포에서 튀김 재료를 바닥에 비빈 뒤 조리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올라와 사과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본의 바이토테러는 ‘장인정신’ 문화에 대비되어 현지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한 현지 평론가는 미성년자 아르바이트생의 경우 법적 처벌이 어려운 것을 악용하고 있으며 엽기 영상으로 관심을 받고 싶은 심리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런 사건들이 일본에서 계속 일어나는 배경에는 일본의 심각한 일손 부족이 자리 잡고 있다.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국에 약 2만 3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음식점의 경우 84.4%가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 직원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데이코쿠 데이터뱅크 관계자는 “음식점은 고객을 직접 맞상대해야 하고 장시간 노동을 견뎌야 하는 만큼 근로환경이 열악하다. 아르바이트 직원들에게도 높은 업무 완성도가 요구되어야 하고 저임금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아사히 신문에 전했다.

일본의 임금정책이 낮다는 사실이 부적절한 동영상 촬영으로 직결됐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업무에 대한 책임성을 갖게 하려면 그에 걸맞은 임금 개선은 물론 직원들의 장인 정신이 필요해 보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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