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어떤 집단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실수 혹은 범죄로 인해 해당 집단의 명예가 실추되곤 한다. 그래서 그런 일이 발생한 집단의 경우 ‘일부’의 문제라고 치부하고 명예 실추가 두려워 내부적으로 ‘쉬쉬’하고 무마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곧 염증이 되어 더 큰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때문에 잠깐의 고통을 감안하고서라고 문제를 공론화하고 자정작용에 힘을 쓰는 것이 바람직 하지만, 이는 우리 사회에서 극히 드문 케이스일 뿐이다.

최근 미국의 한 종교단체의 자정작용 노력이 이슈가 되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 지역의 한 가톨릭 교구가 아동 성학대 혐의를 받는 성직자 28명의 이름을 공개하는 강수를 둔 것. 이 가톨릭 교구는 ‘부끄러운 역사’를 공개하는 건 교구 역사의 ‘새 페이지를 여는 일’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50명이 넘는 소년을 성추행했다고 인정한 제롬 코일 신부 [연합뉴스 제공]
50명이 넘는 소년을 성추행했다고 인정한 '제롬 코일' 신부 [연합뉴스 제공]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아이오와주의 수시티 교구는 1948년부터 1995년까지 47년간 교구 내에서 최소 100명이 넘는 소년/소녀를 성적으로 학대한 것으로 믿을 만한 사제 28명의 명단을 25일(현지시간) 공개했다.

교구에 따르면 최소 106명의 피해자 중에서 39명은 조지 맥패든 신부, 11명은 피터 머피 신부의 희생자가 됐다. 명단에 오른 성직자 대부분에 대해서는 1건의 가해 사례만 접수됐다. 그리고 이들 사제 중 6명을 제외하고 모두 세상을 떠났으며, 생존자들도 파면됐거나 미사 집전 권한을 박탈당했다.

그러나 일부는 이름이 빠졌다는 점에서 한계를 안고 있다고 교구는 전했다. 또 제롬 코일 신부의 경우 20년간 50명이 넘는 소년을 성추행했다고 실토했지만 이번에는 13명의 피해자만 집계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04년 수시티 주교였던 다니엘 디나르도 현 추기경이 1950년 이래로 33건의 성 비위가 있었다는 당시 발표 내용보다는 더욱 포괄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R. 워커 닉리스 수시티 주교는 성직자들의 '부끄러운 역사'를 공개하는 건 "우리 교구 역사의 새 페이지를 여는 일"이라면서 피해자들의 오래된 상처가 아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교구의 결단이 불러올 결과가 ‘좋다’ ‘나쁘다’ 감히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집단 자체적으로 타격을 감안하고도 감행한 양심적 결단이 여러 단체들에 큰 귀감과 교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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