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지난 2017년 9월 11일 정오쯤 야외수영장이 내려다보이는 부산의 한 호텔 6층 발코니에서 A(36)는 나체 상태로 3~4분가량 서 있었고 야외수영장에서 이를 본 30대 여성의 경찰에 신고했다. 

검찰은 신고한 여성의 진술을 토대로 A 씨를 ‘공연음란죄’로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1심은 “목격자가 A씨를 보고 당황한 나머지 음란행위를 했다고 오인했을 수 있고, 퇴실하려고 짐을 싸는 아내 바로 옆에서 음란행위를 하는 것이 경험칙상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위 사진은 사건과 관련 없음(픽사베이)
위 사진은 사건과 관련 없음(픽사베이)

이에 검찰은 불복하며 "A 씨가 불특정 다수 사람이 볼 수 있는 호텔 발코니에 나체 상태로 서 있는 것 자체가 음란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항소해 2심으로 넘어갔다. 

이에 부산지법 형사항소3부(문춘언 부장판사)는 원심을 깨고 A 씨에게 벌금 50만원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24시간 이수를 선고했다. A 씨의 행위를 유죄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음란행위는 반드시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성적 의도를 표출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호텔 발코니에 나체로 서 있던 행위는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고 성적 도1의관념에 반하는 음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A 씨는 발코니가 외부에서 관찰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점, 나체 상태에서 중요 부위를 가리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타인에게 불쾌감과 수치심을 줄 수 있음을 인식한 고의도 인정된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1심은 A 씨가 아내를 옆에 두고 음란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았다. A 씨가 상직적으로 고의성을 갖고 그런 행위를 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2심에서는 다르게 봤다. A 씨가 행위를 한 장소와 태도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고의성이 있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그를 본 피해자가 있었고 피해자는 A 씨가 음란행위를 했다고 여겨 불쾌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A 씨가 알몸을 노출시켰을 때 적어도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항소심이 뒤집히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어지는 행동은 그 행동이 실수인지 아닌지를 판가름 나게 한다. A 씨의 무모했던 당당한 노출은 결국 벌금이 되어 돌아왔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