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올해 초 집권 3년 차를 맞아 2기 참모진 진용을 꾸린 청와대는 출범 초기에 비해 ‘어공’이 늘었다. 인수위원회 없이 출발한 문재인 정부의 초기 안착을 위해 일부 배치했던 실무형 늘공이 떠난 자리에 어공들로 채워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어공’과 ‘늘공’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어공’은 다른 일을 하다가, 즉 민간인 신분에서 특채와 같은 절차를 통해서 공무원이 된 사람, ‘늘공’은 사회생활 자체를 공무원으로 시작한 사람을 말하는 행정기관의 은어이다. 쉽게 말해 어쩌다 공무원을 어공, 늘 공무원을 늘공 이라 부른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제공)

어공은 교수, 연구원, 국회의원 보좌관, 기자 등 다양한 직업에서 종사한 사람들이 정치적 임명 등을 통해 공무원이 된 경우이다. 그리고 보통 별정직 공무원을 통칭하는데 주로 대통령실, 총리실, 각 부처 정책보좌관실 등에 참모로 기용된다. 정무적 필요 때문에 기용되었기에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학계 등 출신이 다양하다.

어공과 늘공은 일하는 스타일이나 동기부여 방식이 다르다. 대체로 어공은 성과를 위해 목표 지향적이라면 늘공은 상대적으로 과정과 수단을 중시한다. 

막연하지만 임기가 정해져 있는 어공들은 공무원 생활에 안착하지 못한 채 맛만 보다가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공들은 자리에 있는 동안 자신의 존재감을 표출하거나 성과를 만들기 위해 의욕적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것이다.

어공들은 시작부터 상위기관에 높은 직급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원래 있던 공무원들에게 평소 일하던 방식으로 대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어공들은 그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임용되었기에 조직에서도 어공의 의견을 존중하고 예산 운용 등에서도 상대적으로 유연할 수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소신을 가지고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늘공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 생각이 구체화되려면 수많은 검토와 보고서 작업 및 토론을 거쳐야 한다. 늘공과 어공의 정책 수립은 마치 정부입법과 의원입법을 비교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정부 입법은 정부에서의 입법을 위한 여러 과정을 거쳐서 국회로 가지만 의원입법은 바로 국회부터 과정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현 정부가 지나치게 어공을 많이 뽑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경험과 실무가 부족한 어공들이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다 보니 현실과는 너무 먼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이 비판 요지이다.

하지만 정부 구성에 있어서 어공과 늘공은 늘 존재해 왔다.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인데 대통령이 모든 인사를 관료로 채울 수는 없다. 관료와 학자, 정치인이 조화롭게 구성되어야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공과 늘공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어공과 늘공의 융화를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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