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이정선] 전 세계에서 가장 덩치가 큰 뱀으로 꼽히는 버마왕뱀이 새끼악어를 잡아먹고 소화하는 과정을 담은 연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미국 앨라배마 대학 연구팀은 새끼악어를 통째로 잡아먹은 버마왕뱀이 어떻게 소화하는지 엑스레이로 분석한 결과 논문을 학술지 <실험생물학>에 발표했다.

버마왕뱀의 배 속으로 들어간 악어는 처음에는 원형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후 버마왕뱀은 악어를 소화하기 위해 내장 기관의 급격한 변화와 함께 활동을 시작하는 것을 연구팀이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버마왕뱀의 심장은 40% 늘어나고 췌장은 94%, 신장은 72%, 간은 거의 2배 가까이 커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신진대사 비율도 40배 가까이 늘어나고 위장 속은 강력한 소화효소와 위산으로 가득 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3일 정도 지나면 새끼악어의 부드러운 조직들은 모두 소화되고 뼈나 골격 등 딱딱한 조직들만 남게 된다. 그리고 1주일이 지나면 흔적이 거의 없이 모두 소화되고 뱀의 장기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뱀은 비교적 큰 먹이를 통째로 삼키기는 하지만 깨끗이 소화해 버린다. 일반적으로 뱀은 자신의 몸무게의 25% 정도의 양을 먹는다. 그러나 큰 비단뱀 같은 경우에는 자신의 몸과 같은 무게를 먹기도 한다.

큰 먹이를 삼킨 뱀은 깨끗이 소화하기 위한 활동이 필요하다. 일단 먹이를 삼킨 뱀은 소화 활동을 위해 안전하고 따뜻한 곳으로 이동한다. 먹이를 먹지 않아 소화 활동을 하지 않는 뱀은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 장기들이 작아지고 활동을 멈춘다.

뱀의 소화가 빠른 이유는 강력한 소화효소와 변온동물의 특성 때문이다. 뱀은 소화를 빠르게 하기 위해 일광욕을 하거나 똬리를 틀어 체온을 올린다. 주변의 온도가 높으면 소화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온도가 저하되어 소화 속도가 떨어진 상태로 시간이 지나면 배 속에 있는 먹이가 부패할 수 있다.

만일 먹이가 소화되지 않고 부패하기 시작하면 뱀은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먹이를 먹은 뒤 햇볕을 쬐거나 똬리를 틀어 몸을 데우는 것이다. 때문에 온도가 떨어지면 아예 먹이를 먹지 않거나 삼킨 먹이를 토해내기도 한다.

그리고 뱀의 침은 소화하는 데 영향을 주기보다는 매끄럽게 삼킬 수 있는 윤활제 역할을 한다. 독사 같은 경우에는 사냥하거나 먹이를 삼킬 때 주입되는 독이 단백질 분해에 영향을 주면서 소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털과 발톱 일부는 찌꺼기와 같이 배설물로 함께 배출해 낸다. 

이처럼 뱀은 꼭꼭 씹는 행위를 하지 않지만 큰 먹이도 거뜬하게 소화시킨다. 장기까지 늘리면서 소화시키는 뱀의 소화력은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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