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지혜 기자] 기계를 오랜 기간 쓰다보면 부품이 하나씩 닳아버려 처음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사람도 마찬가지. 나이가 들면 손가락, 발가락 마디마디를 비롯해 허리, 무릎 기타 등등 몸 곳곳이 쑤시고 상태가 예전 같지 않다. (물론 쓸모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늘날에는 고령의 자녀 혹은 배우자가 노인 환자를 돌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즉,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노노(老老)간병’이 늘고 있는 것.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인의 수가 증가함과 동시에 노인 질병의 발생과 노인 간병의 사례는 점점 많아지는데, 이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_픽사베이]
[사진_픽사베이]

노노간병을 하게 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에서도 대부분의 경우는 경제적인 측면이 걸림돌이 된다. 간병인 24시간 고용 기준 7만원이라고 한다면 한 달 약 210만원, 1년 2,520만원의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치료비용에 간병비용까지,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밖에도 믿고 맡길 수 없어 직접 간병을 하는 경우 등이 노노간병의 원인이 된다.

한편 간병인의 정신적, 신체적 고통은 견디기 어려울 만큼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비 등 경제적인 압박을 비롯해 하루 종일 보살피는 일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간병인은 막대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이로 인해 우울증을 겪는 등 건강 상태가 더욱 악화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간병 문제로 인해 가족이 해체되는 경우도 있다.

간병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피로는 참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례로 2013년 일본에서는 96세의 남편이 치매에 걸린 91세의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있다. 아내의 일거수일투족을 보살피며 생활하는 것이 지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처럼 간병 문제로 인해 병상위의 노인을 숨지게 하거나 동반 자살하는 경우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일본에서는 간병 스트레스로 인한 살인, 자살 등의 사건이 436건인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우리에게도 더 이상 먼 일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82세로 나타난다. 의학 기술의 발달 등으로 매년 평균 수명은 늘어나고 있고 노인의 수와 노노간병의 사례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덜 아프다고 할지라도 몸도 성치 않은 노인이 또 다른 노인을 보살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간병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까지 얽혀있어 고령의 간병인은 그저 눈앞이 캄캄하고, 이를 지켜보는 환자도 복잡한 생각이 든다.

현 시점에서 간병 서비스 등의 노인 복지 문제는 우리 사회가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개인 차원을 넘어 사회 복지제도의 확대의 필요성이 제시되는 가운데, 노인 간병에 대해 어떠한 대책이 마련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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