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조재휘 수습기자 / 디자인 김미양] 2000년,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이후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 중 65세 이상이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그로 인해 생업에서 은퇴를 하고 지내고 있는 노인의 인구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들 중에 은퇴 이후에도 자신의 일정을 빡빡하게 채우고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높은 지위에서 바쁜 직장생활을 했던 남성 은퇴자들 중에서 이러한 현상이 많이 발생하는데 바로 ‘슈퍼노인증후군’ 때문이다.

슈퍼노인 증후군이란 은퇴 이후 오히려 ‘바쁘고 생산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증상을 일컫는다. 이들은 더 이상 의미 있는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무료함을 느끼는 동시에 생산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내는 것이다. 그래서 은퇴 전과 마찬가지로 무엇이든 자꾸 하려고 하며 쫓김을 경험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증후군을 겪는 은퇴자들은 노년에 대한 고정관념에 맞서 스스로가 쓸모없는 존재가 아님을 증명해 보이려는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사실 의미 있는 활동들은 그들의 삶에 활력을 주지만 개인의 에너지를 모두 소진하고도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면 오히려 몸과 마음이 지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예전만큼의 건강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작은 부상은 물론이고 큰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점이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가 우리 사회에서 노인을 위한 문화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점점 노인의 인구는 늘어나고 있지만, 노인들이 정체성을 찾고 인생을 누릴 수 있는 문화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은퇴 후 사람들은 젊은이들 사이를 기웃거리게 되고 거기에 대한 소외감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혼자 있는 시간을 버티기 어려워하는 것이라고 꼽는다. 은퇴 후 소속감이 사라지게 되면 또 다른 소속을 갖기 위해 빡빡한 일상을 계획하게 된다. 100세 시대에 홀로 사는 시간은 길어질 것이기에 이럴 때일수록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고독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즉 혼자서 자기를 관리할 수 있는 시간을 일상에 녹여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건강보험에서는 문제점을 예방하고 건강한 노후를 위해 은퇴 후 시간관리 팁을 제시했다. 먼저 내면을 탐구하는 것이다. 나는 누구이고 어떤 일에 재능과 관심이 있으며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너무 빡빡한 스케줄 대신에 삶에 여백을 두라고 한다.

또 배우자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부부가 미국, 일본 부부에 비해 함께 보내는 시간이 가장 적다고 한다. 또 TV 시청은 줄이고 봉사활동을 시작하라고 한다. 남을 돕는 일은 일상의 사소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성취감과 만족감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누구나 바쁘게 생활하고 있는 대한민국. 은퇴자들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을 포함해, 모두가 한 번쯤은 느리게 사는 것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모든 인간은 한 줌의 재가 되어 세상을 마감한다. 부자이건 가난한 사람이건 마찬가지다. 한 번 사는 인생을 슈퍼노인이라는 강박에 갇혀 살아야 할 것인지, 나를 알아가는 참 된 시간을 가질 것인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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