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이지혜 수습기자 / 디자인 최지민] “우리 부서에 상태 괜찮은 여자애들 데려와 봐요. 젊고 어린 직원들 불러다가 이 분 옆에 앉혀요” 회식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오가는 말. (물론 성희롱을 당하는 남성들도 존재한다. 여성들 역시 이와 같은 발언을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명백한 성희롱에 해당되는 발언이다. 누군가는 이러한 발언에 분개하지만 누군가는 무덤덤하다.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도 많은 성희롱이 자행되어, 익숙해져서는 안 될 일이 익숙해져 버린 탓은 아닐까.

일본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 내지 성적으로 지긋 지긋하게 구는 행위를 세쿠하라 (セク・ハラ)라고 지칭한다. 세쿠하라는 Sexual Harassment의 준말이기도 한데 대가형, 환경형, 망상형 성희롱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대가형 성희롱은 직장, 학교 등에서 자신의 권한을 이용하여 부하 직원에게 성적인 언동이나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술자리에서 술잔을 따를 것을 강요한다든지, 취업 활동에서 구인 측 담당자가 인사권 등의 권한을 들먹이며 구직자에게 성행위나 음란 행위 등을 강요하는 것 등을 사례로 들 수 있다.

환경형 성희롱도 세쿠하라에 해당한다. 이는 성적 언동에 의해 상대방의 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을 의미하는데 직장 등에서 성인 잡지, 누드 달력, 에로 만화 등으로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는 성적인 농담을 하거나 여성 외모와 신체 등에 대해 대화를 하여 근무조건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뿐만 아니라 연애 경험이나 정조에 대해 캐묻는다거나 가슴이나 성기 등의 크기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망상형 성희롱은 메신저나 이메일 등을 통해 연락하고 있는 상대와 사이가 깊어진 것 같다고 착각하며 서슴없이 성희롱적 발언을 일삼는 것을 의미한다. 망상형 성희롱의 특징은 가해자에게는 성희롱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고 피해자의 거절에 개의치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피해가 많아서일까. 일본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배상 책임 지원 차원에서 ‘괴롭힘 보험’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9월,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세쿠하라(직장 내 성희롱)나 파워하라(상사의 괴롭힘)등으로 직원이 기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때 적용되는 고용관행 배상책임 보험, 일명 ‘괴롭힘 보험’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 4대 보험사 기준, 해당 보험 판매 건수가 4만 6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6%나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보험의 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은 직장 내에서 그만큼 피해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어두운 실태를 방증하는 것이다. 가해자는 성희롱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을 수 있으나 피해자에게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뒤따르는 악랄한 행위이다. 특히나 하루 중 절반 혹은 그 이상의 시간 동안 몸담아야 할 직장에서 지속적으로 불편한 상황이 연출되면, 피해자들은 두려움, 불안, 분노, 우울감 등의 감정을 느끼게 되며 이는 업무의 지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직장 내 성희롱 가해자들은 욕망의 방향을 업무와 회사로 전환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미투 운동’ 등 여성 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음에도 성희롱 발언을 일삼는 자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성희롱 피해자가 자신의 딸이나 동생이었더라도 진정 그렇게 행동할 수 있을까. 서로가 직원들이 근무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존중할 줄 아는 자세가 요구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누구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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