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최근 강력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술을 마신 상태다’, ‘정신병이 있다’ 등의 이유로 죄질에 비해 처벌을 감면해주는 사례가 이어져 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강하게 비난하며 이와 같은 심신미약에 대한 보호를 자칫 역이용하는 범죄자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우려가 실제 현실 속에서 자행되고 있어 법원에서의 ‘심신미약’ 인정을 좀 더 심각한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가 계단에서 소변을 보다가 이를 항의하는 여성 업주를 폭행한 40대 남성이 공판 없이 벌금 등을 물리는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불복한 이유는 다름 아닌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였다. 다행이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더 많은 벌금을 물게 했다.

지난 15일 울산지법 형사9단독 송영승 부장판사는 상해죄로 재판에 넘겨진 47살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 사진은 본 사건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이 사진은 본 사건과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픽사베이]

A씨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A씨는 지난해 12월 6일 오후 11시쯤 울산 울주군 한 상가 건물 2층 계단에서 소변이 마려워 상가 문을 두드리며 소변을 봤다. A씨가 소변을 보고 있는 중 지하 1층에서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B씨가 이를 목격하게 되었고, 불쾌한 A씨의 행동에 “계단에서 오줌을 왜 싸느냐, 빨리 가달라”고 말했다.

물론 절대 해서는 안 되지만 갑작스러운 생리현상에 남의 상가에서 소변을 봤다 치자. 보통 이런 경우라면 정말 부끄럽고 죄송스런 마음에 연신 사과를 하며 걸레질을 해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A씨의 뻔뻔함은 극에 달했다. A씨는 별안간 B씨에게 “XXX아”라고 심한 욕설을 하며 거기에 그치지 않고 머리를 때리고 양쪽 다리를 마구 걷어차는 만행을 저질렀다. A씨의 폭행에 B씨는 무릎 등에 4주의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었고 입원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비슷한 범죄로 처벌 받은 바 있는 A씨의 뻔뻔함은 재판장에서 더 드러났다. 첫 재판에서 법원으로부터 벌금 4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 “술에 취해 기억에 없다”라고 둘러대며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 나선 것.

이에 재판부은 정식재판에서 “A씨가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고 변명하고, 돈이 없어 치료비를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소변을 보는 것을 제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상해를 입히고 피해 복구를 하지 않는 것은 처벌받아 마땅하다”며 A씨의 핑계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음주 후 폭력, 이른바 주폭에 관용을 보인 그동안의 양형에 적지 않은 비판이 있어 약식명령의 벌금 액수를 더 늘렸다”고 밝혔다.

“술에 취해 기억에 없다”라는 A씨의 항변. 이는 분명 기존에 여러 사건에서 봐왔고 인정되어 온 몇몇 범죄자들의 변명과 유사하다. 특히 그런 경우 심신미약 등의 이유로 감형되었기에 A씨 역시 이를 노리고 뻔뻔하게 정식재판을 청구한 것이 아닐까. 이는 분명 법의 ‘심신미약’에 대한 포용이, 다른 범죄자에 이용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과 다름없다. 진정한 심신미약 인정이라는 법의 포용이 더 그 가치를 발하고, 선량한 피해자가 범죄자의 ‘심신미약’에 핑계에 두 번 상처받지 않도록 사법부의 신중한 판단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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