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 디자인 최지민]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무엇일가? 어울리는 색감과 스타일로 나를 돋보이게 부각시키고, 표현 하는 것이 해당될 것이다. 단순하게 입는 것을 넘어 하나의 패션이 되어버린 옷은 이제 우리의 삶에서 반드시 필요한 ‘센스’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 이와는 반대인 아이러니한 상황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바로 고프코어의 등장이다.

고프코어란 고프와 놈코어의 합성어로 고프(Gorp)는 그래놀라(g), 귀리(o), 건포도(r), 땅콩(p)의 앞글자를 모아놓은 말이다. 이는 등산이나 스포츠 같은 야외활동을 할 때 먹는 고열량의 간식을 의미하는데, 패션에서는 운동복이나 등산복처럼 활동적이고 실용적인 옷들을 의미하기도 한다.즉 예쁘고 세련된 옷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리고 놈코어(Nomcore)란 평범함을 뜻하는 노멀(Normal)과 철저함을 의미하는 하드코어(Hardcore)의 합성어로 평범함을 추구하는 패션을 말한다.

고프코어는 이처럼 야외활동을 할 때 입는 옷을 일상에서 입는 스타일을 의미한다. 이 스타일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코디를 할 것을 주문하는데 예를 들어 정장에 등산화를 신거나 원피스에 우비를 입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즉 서로 어울리지 않을수록, 어떤 규칙 없이 막 입어 촌스럽고 못나 보일수록, 고프코어 바닥에서는 패셔니스타로 불린다.

도대체 이런 괴상한 패션은 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일까? 고프코어는 명품 브랜드들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주 고객층을 미래보다는 현재를 중시하고 집단보다는 개인을 선호하며 소속감 보다는 다양성을 높게 여기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들은 이들이 개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하여 남들과는 다른 패션을 제시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고프코어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입어야 고프코어일까? 신경을 쓴 듯 안 쓴 듯 시크하게 입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언뜻 브랜드가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옷은 못생기게, 없어보이게 입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자주 사용하는 아이템으로는 등산할 때 입는 후드 재킷인 아노락이나 등산화, 낚시 조끼와 어글리 슈즈로 불리는 못생긴 신발, 그리고 패딩 등이 활용된다. 이런 아이템들을 정장이나 수트, 원피스 등 본래 통일성을 지키며 입는 패션에 접목함으로써 못생기고 멍청하게 입는 것이다.

90년대에 ‘개성파’라는 말이 유행을 한 적이 있었다. 잘생기고 예쁜 사람만 찾던 방송계에 김건모가 출현하면서 유행시킨 말이다. 키가 작고 못생겼어도 매력이 있음을 어필했던 그 때의 유행이 돌아왔다. 패션과 유행은 정말로 돌고 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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