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정선] 다양한 이유로 매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자살률은 2013년 28.7명에서 지난해 기준 23명으로 줄고 있으나,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아 심각한 수준이다. 이러한 자살은 주로 우울증, 압박감 등 심리적인 부분에 기인해 발생한다. 때문에 이를 파악해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는데 이를 ‘심리부검’이라 한다.

심리부검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 즉 자살자의 유가족과 친구 등 지인을 면담하고 자살자가 남겨놓은 유서와 일기장 등 흔적들을 조사해, 망자가 왜 죽음을 선택하게 되었고 자살을 하기 직전까지 어떤 행동을 보였는지 등을 밝히는 작업을 말한다. 즉 원인을 파악하기 힘든 사체의 사인을 알아내기 위해 부검을 진행하듯 심리적인 이유로 발생하는 자살은 심리부검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부검은 자살의 유형을 파악하고 예방책을 마련하기 위해 각 국가에서 실시되고 있다. 그리고 거기서 밝혀진 자살자 특유의 패턴을 분석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자살 예방책을 마련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심리부검에서 기인한 예방책을 살펴보면 미국의 철도 자살률을 예방하기 위한 ‘긴급전화’가 있다. 미국에서 실시한 심리부검 결과 철도자살의 경우 대부분의 자살자가 죽음을 결심한 후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철길로 향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래서 이를 파악한 미국은 자살이 자주 발생하는 철길 부근에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 하세요’라는 푯말 대신 실제 긴급 전화기를 설치하고 상담사 연락처를 남겨 놓은 예방책을 마련했다. 그리고 이 대책은 실효성을 거두어 철도자살률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 외에 미국에서는 심리부검을 통해 다리에서 투신하는 사람들의 경우 이전에 자살을 시도했던 경험이 없는 사람들인 것으로 파악하기도 했다. 즉 기경험자에 비해 자살에 앞서 수많은 망설임이 많았다는 것을 분석. 그래서 그들의 행동에 한 번 더 제약을 가하는 자살방지펜스를 설치했고 이 역시 곧바로 자살률 저하로 이어져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자살 방지대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리부검은 또 한 가지 의미 있는 측면이 있다. 바로 주변인들과 상담을 하는 과정을 통해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주변인의 죄책감과 우울증을 미리 발견해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2017년까지 자살 유가족 대상으로 진행된 심리부검 결과에 따르면, 352명의 유가족 중 무려 331명이 사별한 후 일상생활의 변화가 있었다. 

특히 우울감, 수면문제, 음주문제 등 정서상의 변화, 대인관계 변화가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같은 분석은 곧 유가족에 대한 적절한 상담과 치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심리부검의 또 다른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는 부검처럼 자살자의 심리와 행동 특성을 밝히기 위한 심리부검. 이를 통해 사망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자살을 예방하고 더 나아가 자칫 발생할 수 있는 망자 주변인들의 정신건강에도 이로운 효과가 발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 사회가 각종 질병에 ‘약’을 개발해 치료에 매진하듯 심각한 수준인 자살 역시 예방 할 수 있음을 상기해 자살에 약이 될 수 있는 심리부검을 발전시키는 등 다양한 대책 마련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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