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담당의 남궁인 교수가 사고 당일 아침 피해자 응급진료부터 사망까지의 상황을 전하며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사진=남궁인 페이스북 캡처)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담당의 남궁인 교수가 사고 당일 아침 피해자 응급진료부터 사망까지의 상황을 전하며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사진=남궁인 페이스북 캡처)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으로 숨진 피해자의 담당의였던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끓어오르는 분노와 죄책의 시간을 글로 풀어냈다. 

남궁 교수는 19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환자 프라이버시와 관련 내용을 알리기에는 공공의 이익이 없다는 생각으로 처음에는 사건에 대해 함구할 생각이었다”면서도 “보도와 함께 많은 사실이 공개되었다. 피해자가 이송된 병원의 그 시각 담당의사가 자기였다는 점과 함께 덧붙인 주관적인 생각을 뒤늦게 밝히게 됐다”고 운을 뗐다.

그는 “침대가 모자랄 정도로 체격이 좋은 피해자에게 상처가 너무 많았다며 모든 상처가 얼굴과 칼을 막기 위해 뻗었던 손에 집중됐다”며 “상처의 개수를 세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면서 하나하나가 형태를 파괴할 정도로 깊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가해자를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던 남궁 교수는 평생 뿌리 깊은 원한 없이 이런 짓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말다툼으로 사건이 발생했다던 경찰의 설명을 듣고도 경악스럽고 혼란스러웠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사건의 원인을 들은 모든 의료진이 욕설을 내뱉었다”고 말했다. 

남궁 교수는 “그가 우울증에 걸렸던 것은 그의 책임이 아닐 수 있다”며 “하지만 우울증은 그에게 칼을 쥐여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되려 심신 미약에 대한 논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울로 고통받는 수많은 사람들을 잠재적인 살인마로 만드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것은 개인의 손이 집어 든 것”이라며 “이 사건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심신미약자의 처벌 강화를 촉구하는 것이라는 게 더욱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당시 언급으로 고인과 유족에게 누가 되려는 마음이 전혀 없다고 한 남궁 교수는 “그들의 슬픔을 생각하면 나는 당장이라도 주저앉아 통곡하고 싶다”며 “억측으로 돌아다니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언급함으로써 이 사건의 엄중한 처벌과 진상 조사가 이뤄져, 사회적으로 재발이 방지되기를 누구보다도 강력히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보고도 믿기 힘들었던 비인간적인 범죄 그 자체”라며 “인간이 인간에게 이런 짓을 진짜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글에서 무기력함이 느껴진다면 어쩔 수 없다”며 “우리 모두는 이 사건에 대한 무기력함의 지분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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