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이연선] 서울 도심을 배경으로 해 화제가 된 영화 <어벤져스 : 에이지오브울트론>. 이 영화는 서울 도심을 배경으로 한 것 외에 다양한 캐릭터의 등장으로 큰 화제를 모았는데, 그중 아이언맨의 고지능 운영체제인 자비스가 '더 비전'이라는 영웅 캐릭터로 탄생하는 모습이 관중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인공피부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사람 형체 속에 인공지능의 인격을 담아낸 상상의 기술이 보는 이들을 압도했다.

그런데 이 같은 인공피부 기술이 조만간 실생활에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우리 대한민국의 기술로 말이다.

한국연구재단(NRF)은 지난달 12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스티브 박 교수와 기계공학과 김정 교수 공동연구팀이 로봇과 같은 3차원 구조물의 표면에 코팅이 가능한 '로봇피부'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놀랍게도 이 피부는 압력과 마찰력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으며 자극이 발생하는 위치도 구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개발된 로봇피부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연구팀은 우선 평면이 아닌 3차원 형태의 로봇에 피부를 균일하게 입히기 위해 용액 형태로 이 로봇피부를 개발했다. 로봇피부 용액은 압력과 마찰에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탄소나노튜브/탄성중합체/물로 이루어진 혼합용액으로, 3차원의 로봇 표면에 뿌리고 열을 가하면 액체는 증발하고 피부만 남는 원리가 적용되었다.

이 같은 이번 로봇피부의 특징은 앞서 예를 든 <어벤져스 : 에이지오브울트론>에서 '더 비전' 탄생에도 유사하게 표현되어 있어 놀랍다. '더 비전' 탄생 전 액체 속에 담긴 시험관에서 서서히 사람의 형체가 만들어졌고 그 몸체 내면에 자비스라는 인공지능을 투입시켜 완성시킨 것과 비교해보면 똑같은 원리는 아니지만 그 상황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또 이번에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피부의 주요 특징은 진짜 피부와 같이 마찰과 압력을 감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비결은 바로 로봇피부 내부에 공기구멍을 많이 두는 '다공성' 구조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피부에 마찰이 가해지면 기공 내부에 미세한 균열이 생기면서 전기저항이 증가하게 되지만 압력이 가해질 경우 기공이 닫히면서 전류도 최소화돼 저항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게 된다. 즉 전기저항이 커지면 마찰, 저항변화가 없으면 압력으로 인식하는 것.

이러한 기술들을 바탕으로 이번에 개발된 로봇피부는 복잡한 로봇 표면에 쉽고 균일하게 피부를 입힐 수 있고, 인체와 감각을 느낄 수 있으며 심지어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SF영화에서 등장하는 사람 피부와 유사한 로봇.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로봇기술과 더불어 로봇피부 개발까지 활기를 띄고 있어 머지않아 우리는 SF영화 속 장면을 실생활에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러한 의의를 지닌 이번 국내 연구진의 로봇피부 연구결과는 지난달 28일, 국제학술지 'ACS 나노(ACS Nano)'의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