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많은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끊임없이 진화를 거듭해왔다. 그래서 최초 인류의 모습과 현재 우리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차원이 다른 생활양식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삶에 있어 불필요한 부분은 퇴화되고 필요한 부분은 발달하는 방식으로 진화되어 온 기록을 대할 때면 어떤 신비로움마저 느껴진다.

그렇게 진화를 거듭한 인간은 포유류 중에서 최상급의 장거리 달리기가 가능하다. 포유류 중 달리기 선수로 주로 치타, 표범 등의 동물이 꼽히지만 보통 이들은 신체적 특성 때문에 짧은 시간밖에 달릴 수 없는 반면, 인간은 장거리 달리기도 가능한 신체적 특성을 보인다. 오죽하면 마라톤 경기까지 치르며 그 한계를 시험할까. 그런데 이처럼 인간이 오래달리기를 할 수 있는 능력이 'CMAH‘라는 유전자가 진화 과정을 거치며 퇴화되어 가능하다는 연구가 발표되어 놀라움을 사고 있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의과대학원 아지트 바르키 박사 연구팀은 CMAH 유전자를 제거한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인간이 이 유전자 기능을 상실한 것이 동물 중 가장 멀리 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지난 9월 12일 발행된 '영국왕립학회보 B'에 소개했다.

이번 연구의 배경은 이렇다. 사실 인간에 가장 가까운 침팬지에는 CMAH 유전자가 다르다는 점은 이미 20여 년 전에 발견됐다. 이에 대해 바르키 박사 연구팀은 이런 유전적 차이가 인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CMAH 유전자를 제거한 쥐에게 쳇바퀴를 돌게 하고 운동능력을 측정한 결과, 운동능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피로에 대한 내성이 늘고 뒷다리 근육이 강화됐으며, 모세혈관을 통한 혈액과 산소 공급도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실험을 토대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고대 인류는 약 200만~300만 년 전 CMAH 유전자가 상실되면서 현대 인류로 진화하는 큰 변화를 겪게 되었다. 침팬지처럼 걷던 인류가 숲에서 나와 본격적 이족보행 생활을 하는 등 다양한 변화가 'CMAH'라는 유전자가 기능을 상실한 결과라는 것. (이 CMAH 유전자는 고대 어떤 병원균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해 상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대 인류는 이러한 CMAH 돌연변이가 일어날 즈음 숲에서 나와 아프리카 초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점차 지금의 인류처럼 이족보행을 하면서 길고 탄력 있는 다리, 큰 발, 단단한 엉덩이 근육이 발달하게 됐다. 특히 다른 동물보다 더 효율적으로 열을 발산할 수 있는 광범위한 땀샘 체계도 갖는 등 기능적 발달을 이루었다. 이런 변화로 인해 고대 인류는 장거리를 다른 동물보다 덜 지치면서 달릴 수 있게 되어, 맹수들이 활동하지 않는 낮에 사냥감이 지칠 때까지 뒤쫓아가는 방식으로 사냥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CMAH 돌연변이는 인간에게 좋은 영향을 미친 것만은 아니다. 연구팀은 인체의 거의 모든 세포에 영향을 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동시에 준다고 설명했는데, 대표적으로 제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커지고 적색육 섭취에 따른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부작용도 초래한다고 전했다.

인류의 직립보행 그리고 뛰어난 장거리 달리기 실력까지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진 유전자 CMAH. 눈에 보이지 않은 인체 내 작은 변화가 인간의 특성을 구분 짓는 큰 변화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학계는 물론 일반인들의 관심도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200만 년 전 신체의 변화를 둘러싼 연구, 여전히 유전자와 진화에 대한 숙제는 여전히 많은 상태이다. 그리고 또 인류는 꾸준히 진화하고 있을지 모른다. 앞으로 또 200만 년이 흐른 후에 인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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