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병용] 지난 시간에는 남극세종과학기지 박지강 대원과 함께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 하는 일과 대원이 되는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이번 시간에는 남극에서는 주로 어떤 여가활동을 하는지 남극세종과학기지 대원들의 여가 및 박지강 대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다. 
 
PART 2. 남극과학기지 대원의 매력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쉬는 날에는 주로 무엇을 하나요?
세종과학기지에서 가장 대중적인 취미는 당구예요. 전 당구를 제대로 쳐본 적이 없고, 몸으로 하는 무언가를 배우는 게 느린 편이라 처음에는 많이 고전했었는데, 이제 사람답게는 치는 것 같아요. 하하.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많이 합니다. 이미 월동 초반에 게임 서열은 정해졌어요. 그 외에도 개별적으로는 각자의 취미를 즐기는데요. 열심히 운동을 하는 분들도 있고, 노래방 기계로 신나게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요. 저는 틈틈이 기타를 칩니다.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예상보다 다양한 실내 여가활동을 즐기네요. 밖에서 여가를 보내는 방법도 있나요?
밖에서는 주로 사진을 찍거나 기지 주변으로 트래킹을 다녀요. 펭귄 서식지의 경우 보호구역이라 연구목적 외에는 함부로 출입할 수 없지만, 그 외의 구역은 비교적 자유롭게 다닐 수 있거든요. 특히 동물들이 많은 하계기간과 월동의 초입에는 기지 바로 앞 해안에 펭귄이나 해표가 심심치 않게 놀러 와요. 또 주변 기지들과 친하게 지내는데, 각 국가와 기지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면 서로 초대해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파티도 하곤 합니다.

-아무래도 남극이다 보니 음식에 제한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신선한 식품을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식자재를 기지에 두고 있어요. 신선식품의 경우 기지 대장님께서 직접 세종 온실에서 채소를 기르시기도 하고, 간간히 비행기를 통해 보급 받아 보트로 운반해오기도 합니다. 한번은 바다가 얼어 건너지 못하게 되자 옆 기지의 헬리콥터를 이용해서 식품을 보급받기도 했어요.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그래도 먹고 싶은 음식을 전부 먹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어떤 음식이 가장 먹고 싶나요?
최근 들어 곱창이 너무 먹고 싶네요. 그 많은 식자재 중에 곱창은 없더라고요. 하하.

-그럴 때면 한국에 가고 싶어지겠는데요. 만약 한국에서 경조사가 생겨서 꼭 가야만 한다면 갈 수 있나요?
가능은 하지만 실제로 한국에 다녀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알고 있어요. 일단 동계기간이 되면 기지에서 나가기 힘들고 남극을 빠져나가기도 꽤 힘들기 때문이죠. 좋은 일인 경우엔 문제 될 게 없지만, 갑자기 집안의 누군가가 상을 당하시거나 했을 때는 제 시간에 맞춰 가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요. 월동대원이라면 가지고 가야 할 위험부담인 것 같습니다. 반대로 결혼과 같은 기분 좋은 일은 시간 조율이 가능하니 친한 친구들한테 제가 한국에 돌아가면 결혼하라고 신신당부하고 남극을 왔습니다. 하하. 그런데도 최근에 한 친구가 결혼을 하더라고요. 참석이 불가능한 대신 결혼 축전 영상을 만들어 보냈죠.

-그렇군요. 기지에 만약의 상황, 예를 들어 동물의 습격과 같은 상황을 대비한 무기도 있나요?
남극 동물들의 주 활동 무대는 바다입니다. 그 조그만 펭귄도 물속에서는 ‘날아다닌다’고 표현될 정도로 빠릅니다. 하지만 육상에서는 한없이 귀엽고 느려요. 그런데 육상에서 동물들을 만나면 주로 일광욕을 하고 있거나 뒤뚱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에요. 그래서 동물의 습격에 대비한 무장은 필요 없는 것 같네요.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이야기를 들으니 남극에 가보고 싶은데, 남극에 놀러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돈만 많으면 돼요. 하하. 가끔 크루즈가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칠레기지 근처에 잠시 멈춰서 조그만 보트를 타고 해안으로 넘어와 사진을 찍고 가는 ‘돈 많은 여행객’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돈이 많아야 할 거예요.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오려면 비행기부터 크루즈 비용까지 기본 천만 원은 들거든요. 그래도 작년에 극지연구소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남극 체험단을 모집했었는데, 네 분이 선발되어 세종기지에 오셨어요. 그러니 관심을 가지고 남극 체험단 모집을 기다린다면 남극 방문의 기회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대원이 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데, 남극세종과학기지 대원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는가?’가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해요. 각 분야에서 한 명씩 선발되어 오는 월동대원이기 때문에 각자의 분야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맡은 일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외부와 단절되어 소수의 사람들끼리 보내다 보니 다재다능하고 혼자서도 잘 놀 줄 아는 성격이 중요한 것 같아요. 대장님께서 면접 당시에 ‘혼자 떨어뜨려 놔도 잘 살 것 같은 사람’을 가장 많이 고려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남극세종과학기지 대원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남극 그 자체죠. 그리고 남극이라는 곳을 1년 동안 직접 몸으로 느껴볼 수 있다는 점 같습니다. 이와 더불어 이만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1년을 보내게 된다는 것 역시 굉장히 큰 매력인 것 같아요. 과학자를 꿈꾸는 제가 다른 분야의 과학자, 기술자, 의사, 쉐프 심지어 특수부대 형까지 한자리에서 만나볼 기회를 어디서 잡을 수 있을까요. 1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배워가는 중입니다.

-정말 매력적이네요.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제 꿈은 진짜 과학자가 되는 겁니다. 과학자라는 이름의 무게를 알고 당당하게 “저는 xx를 연구하는 과학자입니다”라고 자기 소개할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남극 월동이라는 값진 경험을 토대로 차근차근 연구주제를 잡고, 대학원에 진학해 많은 것을 배워 나가 후에 진짜 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사진_남극세종과학기지 제공]

-시선뉴스 독자 여러분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시선뉴스 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모든 것의 출발은 관심이라고 생각해요. 남극에 대한 조그만 관심,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 그리고 과학에 대한 관심들이 극지 연구와 환경보전, 과학 발전의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남극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

지금까지 남극세종과학기지 박지강 대원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남극이라는 대자연 속에서, 그리고 남극세종과학기지 대원으로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는 그가 남극세종과학기지에서의 경험을 밑거름 삼아 과학 발전에 큰 이바지를 하는 세계적인 과학자로 성장해나가기를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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