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이명박 정부는 2008년 12월 29일 낙동강 지구 착공식을 시작으로 한국형 녹색 뉴딜 정책 '4대강 살리기 사업'을 2012년 4월 22일까지 22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추진했다.

이 사업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의 4대강을 준설, 친환경 보(洑)를 설치하여 하천의 저수량을 늘려 하천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것이 주된 사업 명분이고 그 밖에 노후 제방 보강, 중소 규모 댐 및 홍수 조절지 건설, 하천 주변 자전거길 조성 등을 부수적 사업을 내용으로 했다.

▲ 아라뱃길(출처/경인일보)

그렇다면 이 4대강 사업에서 우리가 얻고 잃은 것에 대해서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우선 우리의 생활에서 가장 쉽게 확인 할 수 있는 것을 보자면 ‘정비된’ 하천이다. 특히 수도권 지역에서는 한강 지류의 하천들을 정비하여 ‘경인아라뱃길’등의 공원들이 만들어져 지역 주민들의 여가생활 및 데이트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장점이 외관적으로 깔끔해졌다는 것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상 야기되고 있는 문제들을 보면 심각함이 도를 넘는다.

먼저, 보를 설치했던 근본적인 이유인 치수(治水:물을 다스림)를 얘기해 보자면 여름에 비가 오지 않으면 가물고 비가 많이 오면 범람한다. 이 사태를 막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정비한 사업인데 오히려 그 심각도가 더 커지고 있다. 물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 마실물도 없을 정도로 가물었던 경북 안동

실제로 2014년 올해 강원, 경북 지역은 극심한 가뭄이 일었는데 4대강과의 거리가 있어 물을 1L도 갖다 쓰지 못하고 주위에서 충당할 수 밖에 없어 아무 효용이 없었다. 이 가뭄 시기에 4대강 보에 모여있던 6.4억톤은 녹조가 생겨 물이 오염된 곳을 개선시키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 폭우로 침수 피해난 부산 동래구

그리고 바로 어제 8월 24~25일 남부 지역에서 기습적으로 많은 양의 폭우가 내렸다. 이 폭우로 인해 부산, 창원지역은 거의 초토화 되다시피 하고 5명 사망, 5명 실종 등 인명피해까지 속출했다. 이는 4대강 사업의 골자였던 가뭄 및 홍수에 아무 도움이 되고 있지 않음을 반영하고 있다. 애초에 홍수걱정을 했더라면 비가 많이 오더라도 피해가 덜했던 4대강 지역이 아닌 지류를 개선했어야 한다.

가뭄과 홍수 둘 다 4대강과 멀리 있는 것인데 무슨 관계냐고 한다면, 관계가 있다. 가뭄과 홍수가 잘 일어나는 곳을 피해서 공사를 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을 한 곳은 저지대로 가뭄과는 거리가 멀다. 보통 가뭄은 높은 지대, 즉 지역적으로 보면 강원도와 경북지역이 심한 곳이기 때문에 그 곳을 중점으로 보완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4대강 구역들은 오히려 수량이 풍부했던 강과 하천들을 대상으로 공사를 했다. 또, 홍수 역시 정작 필요한 곳은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오히려 물이 자연스럽게 잘 빠져나가던 곳을 막아놓은 꼴이 되어 버렸다. 대표적으로 부산의 온천천은 예로부터 매년 비가 많이 오면 범람을 하던 하천인데 이런 피해가 빈번한 곳을 내버려 두고 물이 잘 흘러가던 곳은 일부러 덜 흐르게 만드는 꼴이 되었다.

▲ 수질 오염으로 인해 죽은 물고기(출처/생태지평 연구소)

또한 이로 인해 불거진 2차적인 문제가 환경오염이다. 이 역시 사업 내용에 생태계 복구 및 수질개선이 버젓이 있는 사안이지만 실상을 보면 처참하기 그지없다.
국내 생태계의 보고였던 늪지들이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매립된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며 추후 여론에 밀려 추진하지 못했던 대운하 계획을 재추진하려는 욕심에 깊게 파 놓은 바닥은 유속을 느리게 했다. 이 때문에 여름에 날씨가 더워져 물의 온도가 높아지면서 녹조가 급속도로 성장하는 요건을 만들어 유독물질을 뿜어대는 오염수가 되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오염된 물을 개선시키느라 4대강 보의 물을 쓴다는 웃지 못할(웃을 수 없는)헤프닝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비가 많이 오든 적게 오든 여러 상황을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추진되었던 4대강 사업. 하지만 22조라는 천문학적인 국가의 혈세를 먹은 괴물같은 사업이 현재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의 효과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더욱 큰 문제는 앞으로도 별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대운하 사업을 추진할 때 느린 유속으로 걱정 했던 수질 오염이 4대강 사업으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걱정이 현실화 되어 물이 오염되어 가고, 이 수질오염을 개선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비용이 드는 것 등의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 하늘에서 비를 적당히 내려 주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이 사태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

4대강 사업은 대한민국에서 애초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데 추진된 최대 규모의 최악의 프로젝트다. 하지만 이 역시 국민의 무관심으로 강행되었던 것이기 때문에 국민들도 깊은 반성을 해야 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인재(人災)의 장이 되어 가고 있다. 모두 대비할 수 있고 예방할 수 있었을 인재다. 과거를 거울삼는 것도 이제 늦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정책 또는 행정이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고 겉보기에 좋다고 하더라도 그 속까지 좋을지 판단할 수 있는 지혜가 국민에게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좀 더 멀리, 좀 더 깊게 관심을 가져야 미래에 올 인재(人災)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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