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유진] 최근 항공사, 제약회사 등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 수준의 ‘재벌 갑질’이 잇따라 이슈가 되고 있다. 재벌의 도덕적 책임을 요구하는 사회적인 목소리가 높아지자 법무부는 ‘기업 인권 경영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고 밝혔으며 공정거래위원회도 재벌기업의 갑질 피해구제 창구를 넓히기 위해 경쟁법을 전면 개정하기로 했다.

이처럼 부자에게 도덕적 의무와 사회적 책임이 뒤따른다는 개념을 ‘리세스 오블리주’라고 한다. 이는 지도층의 의무를 강조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비슷하게 들리지만 그 주체가 사회 지도층인지, 부를 소유한 계층인지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출처_pxhere]

전통 사회에서는 가난한 선비와 부유한 상인의 경우처럼 부와 명예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돈이 곧 권력인 현대 사회에서는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는 구조가 되었다. 따라서 부유층에게도 그동안 지도층에게 적용되던 도덕적 책임이 강조되는 배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리세스 오블리주는 영연방 유대교의 최고지도자 조너선 색스의 저서 ‘차이의 존중’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 책에서는 현대 사회의 소비문화가 차별적이고 불안정한 결과를 불러왔으며 도덕감마저 약화시켰다고 언급하고 있다. 즉, 우리가 현대사회의 비인간적인 면을 극복하고 일종의 부속품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도덕’을 통한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안에는 정당한 행위로 부를 축적할 것은 물론 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요구된다. 리세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세계 최고 부자 빌게이츠의 행보를 들 수 있는데, 빌게이츠는 부인과 함께 자선단체인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에이즈 백신을 개발해 아프리카에서 고통 받는 70만 명이 넘는 목숨을 구하기도 했다.

반대로 리세스 오블리주를 이미지메이킹의 시도로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지나친 이윤 추구만으로 부도덕적인 행동을 하다가 사회적 비난을 무마하기 위해 상당 금액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리세스 오블리주라고 할 수 없다.

재벌을 향한 사회적 요구는, 정당한 방법으로 남들보다 노력해서 얻은 부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금전적 기부로 반드시 부를 재분배하라는 요구도 아니다. 돈이면 다 된다고 믿는 물질만능주의 속에서 타인을 인간적으로 배려할 줄 아는 최소한의 도덕을 갖자는 것이다.

빈부격차는 사회 구성원이 꾸준히 노력해나가야 할 고질적인 현대 사회의 문제이다. 커지는 사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부자들이 리세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며 빈부의 간극을 앞장서 메우려는 노력을 보인다면 지금보다 더불어 살기 좋은 세상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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