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8월 14일부터 8월 18일까지 3박 4일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했다.

국가의 근본이 유교인 우리나라에서 가톨릭의 초창기는 제사를 금지시키는 마귀들의 종교라며 매우 많은 사람들이 탄압당하고 순교했다. 이에 이들을 기리는 뜻에서 시복시성을 치르기 위해 교황이 대한민국을 직접 찾았다. 그리고 평화와 사랑의 상징인 교황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밝히기 껄끄러워 하는 가장 어두운 곳들에 희망을 주고 갔다.

 

▲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유족들의 부탁으로 30일 넘게 단식중인 김유민 학생의 아버지 김영오씨를 퍼레이드 중 만나고 있다.(출처/연합뉴스)

이번 교황 방문의 가장 큰 주제는 ‘세월호’였다. 대한민국 땅에 첫 발을 내려놓자마자 세월호 참사 유족에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며 위로의 말을 건냈다. 이미 방문 전부터 세월호 유족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겠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던 교황은 퍼레이드 중 단식투쟁중인 유족을 안아주는가 하면 십자가를 메고 900km행군을 한 유족에게 ‘프란치스코’라는 자신의 이름과 같은 세례명을 내려 주는 등 교황의 위치에서는 굉장히 파격적인 행보로 그 약속을 지켰다. 가슴에는 항상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 꽃동네 아이들에게 하트 손짓을 하며 익살스런 표정을 짓는 프란치스코 교황

그리고 음성 꽃동네를 방문하여 한때를 보냈고 마지막 공식 행사였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는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할머니 7명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주민, 밀양 송전탑 건설 예정지역 주민, 새터민, 함흥교구 소속 사제 및 수녀 1000여 명 등을 초청하는 등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보듬으려 하였다.

사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원하고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확실히 전해졌다. 외국에서 온 교황의 눈에도 암울해 보이고 보듬어야 할 대한민국의 어둠. 그들에게 한줄기 빛이 되기 위한 행보는 확실히 어둠속에 헤매고 있던 이들에게는 힘과 용기가 되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힘과 용기는 힘과 용기일 뿐 현실이라는 벽이 남아 있다. 문제 인식이라는 부분에서는 한 번 더 환기가 되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가려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대통령과 권력을 가진 정치인들도 같이 문제의 인식을 하고 메시지를 받아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황의 방문은 천주교 신자들의 일생일대의 거대한 이벤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돼 버린다.

교황의 행보는 정치적으로 보자면 중립의 행보는 아니었다. 철저히 약자의 쪽에서 정부와 여당을 은근히 압박을 한 행보였다. 물론 교황이라는 세계 가톨릭의 정점이라는 위치이기 때문에 시도해 볼 만한 압박이었던 것일 뿐 국내에서는 아무리 성자가 나왔다 한들 효과가 있을 리는 만무하다. 단식 30일이 넘은 세월호 유족이 광화문 광장을 운동 삼아 한 바퀴 돌겠다는데 수십 명에 달하는 경력을 배치한 행위를 보면 교황의 압박도 대한민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전 세계에 보여줬다(가톨릭 신문이 이를 보도했음).

프란치스코 교황이라는 가톨릭의 정점에 있는 성자의 방문은 그 자체만으로 감동이고 행복할 수 있다. 또한 그로 인해 바람 잘 날 없고 행복할 일 없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마음의 치유가 된다면 교황의 방문은 분명 의미가 특별하게 있는 것이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림자는 더 크고 진해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라는 강력한 빛은 누구나 바라고 원하는 것이지만 닿지 못할 경우 더 큰 어둠과 좌절의 구렁텅이로 빠져 버리게 된다.

지금, 가장 어두운 곳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보듬어야 할 사람은 교황이 아니다. 교황은 잠깐의 빛을 비춰 주었던 것일 뿐 이들을 구원 할 수 있는 것은 누구도 아닌 ‘대한민국’이다. 교황이 남긴 메시지는 종교적이고 정치적인 것을 떠나서 ‘인간’이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괴로움과 어려움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절대로 이런 기본적인 메시지를 잊거나 정치적으로 치부하여 무시하면 안 된다. 종교가 아닌 국가의 힘으로 국민을 위한 빛을 직접 비춰주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국민이 바라는 ‘대한민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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