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유진/디자인 최지민]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길. 비행기가 긴 활주로를 달려 하늘 높이 솟아오르는 순간 여행이 실감나면서 즐거움이 배가 된다. 그런데 시원시원하게 활주로를 따라 나는 비행기가 후진도 할 수 있을까?

먼저 비행기가 앞으로 나아가는 원리는 엔진의 터보팬이 공기를 밀어내는 힘 때문이다. 따라서 배기 방향을 반대로 설정한다면 이론상으로 후진을 할 수 있다. 이를 ‘엔진의 역추진’ 이라고 한다.

하지만 비행기를 역추진 시켜 뒤로 움직이려하면 엔진에 무리가 생긴다. 또 강한 엔진의 힘 때문에 전방에 피해가 생길 우려도 있다. 역추진 시에는 연료 소모도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따라서 역추진은 비행기가 착륙 시 속도를 줄이는 용도로만 사용하며 계류장과 주기장에서 비행기를 역추진하여 뒤로 움직이는 것은 항공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렇다면 비행기를 원하는 곳에 배치시킬 때 뒤로 움직여야만 하는 경우는 어떻게 할까? 이때는 토잉카(Towing Car)를 이용해서 뒤로 움직인다. 토잉카란 공항에서 비행기를 견인하는 트랙터를 말하는데 토잉카 무게의 15배에 달하는 훨씬 크고 무거운 비행기를 움직일 수 있다.

토잉카는 공항에서 볼 수 있는 길고 넓적한 상자모양에 바퀴가 달려있는 듯한 특수차량이다. 토잉카의 크기는 소형 자동차 크기에서부터 10m 길이에 달하기까지 용도에 따라 다른데, 비행기를 후진시킬 때뿐만 아니라 계류장의 비행기를 탑승교로 끌고 오고, 격납고에 있는 항공기를 꺼내는 역할도 한다.

토잉카의 종류는 견인봉이 없는 것과 견인봉이 있는 것으로 나뉘는데 견인봉이 없는 토잉카의 경우 차량의 중앙과 비행기의 바퀴를 밀착시켜 살짝 들어 올린 뒤 이동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

토잉카의 가격은 소형은 2~3억 원에서부터 초대형 여객기 A380을 견인하는 대형 토잉카의 경우 10억 원대에 달하기도 한다. 이처럼 비싼 가격 때문에 북한에서는 토잉카 대신 군용트럭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토잉카를 구입하는 것은 초기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주행을 하지 않고 에어컨 등을 켜둘 때는 주엔진을 끄고 보조엔진을 가동해야 하는데 보조엔진 가동만으로도 연료의 소모량이 크다. 그럴 때 토잉카에서 발생하는 차량 자체 에너지를 기내에 공급하면 보조엔진 역할을 대신할 수 있어 비행기 엔진을 모두 꺼두어도 된다. 따라서 항공사들은 토잉카를 이용해 연간 수천만 원의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

즉 비행기는 후진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엔진의 과부하를 막고 연료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후진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비행기에는 속도를 줄일 때는 역추진, 후진할 때는 토잉카를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약한다는 비밀이 숨어 있었다. 앞으로 비행기에 탑승하게 된다면 토잉카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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