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현정]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과 교감하고 콘텐츠를 만들어내며 정보를 나누고 있다. 그런데 내가 만약 갑작스런 사고로 죽게 된다면 생전에 내가 쓰던 디지털 콘텐츠들은 다 어떻게 되는 것일까. 나의 가족들이 이를 모두 처리해 줄 수 있을까. 일단 결론은 그럴 수 없다.

지난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로 희생된 장병 유족이 고인의 미니홈피 및 이메일에 접근할 수 있도록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용자 동의 없이는 타인에게 이용자 정보를 제공할 수 없도록 정보통신망법 등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 역시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이를 규율하는 법안이나 판례가 확립돼 있지 않고 있어 만약 내가 죽는다 하더라도 나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가 아무런 표준 가이드 없이 방치되거나 삭제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 pixabay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많은 정보가 디지털화되고 있고, 인터넷이 하나의 생활공간이 되면서 물질적인 자산뿐만 아니라 디지털 자산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이에 이용자가 생전에 만든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유산 처리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유산이란 이용자가 생전에 만든 디지털 콘텐츠로 미니홈피·블로그 등의 게시물·사진·동영상뿐만 아니라 온라인 게임에서 획득한 게임 아이템이나 사이버머니도 포함된다.

디지털 유산 처리 문제에 관심이 높아진 까닭은 구글의 ‘휴먼 계정 관리자’ 서비스가 도입되고 나서부터다. 이 서비스는 가입자가 일정 기간 접속하지 않으면 사망에 준한다고 판단하고 이를 관리할 권리를 사전에 지정한 사람에게 넘기는 것인데 이는 블로그와 이메일에 저장한 사진과 글 등 디지털 유산을 상속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또 해외에서는 '디지털장례 지도사'란 직업까지 등장했다. '디지털장례 지도사'는 한마디로 고인이 생전에 사용하거나 소유하고 있던 인터넷상의 각종 컨텐츠, ‘디지털 유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권리인에게 상속 또는 양도하는 작업을 말한다.

디지털 유산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사회 현상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고인에 대한 ‘잊혀질 권리’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디지털 자산을 보호하고 이에 대한 유산 상속이 이루어질 수 있는 법률 제정이 시급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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