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정지원/디자인 최지민] 영국 영화를 보면 특유의 영국식 악센트를 쓰는 배우들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영국 사람이 그렇게 말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해해서는 안 된다. 모든 영국 사람들이 특유의 악센트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 영국식 악센트는 영국의 상류층만 사용하는데, 이를 ‘Posh accent’ 또는 ‘Posh English’라고 부른다. 형용사 ‘Posh’에 ‘우아한, 화려한’이라는 뜻과 함께 ‘상류층 특유의’라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Posh accent를 다른 표현으로는 ‘RP(Received prononciation)’, ‘공인된 발음’이라고 하기도 한다.

사실 상류층이라고 하면, 너무 구시대적인 발상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영국에는 상류층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부류가 바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같은 왕족이나 귀족, 그리고 배우들이다. Posh people이라고 불리는 상류층 사람들이 쓰는 Posh English는 일반적인 영국 영어와는 다른 여러 특징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 Posh English의 특징은 격식을 차린 단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반 영국 영어에서는 화장실, 식당, 와인을 각각 Toilet, Eatery, Vino라고 구어체를 사용하는 데에 반해 상류층 언어에서는 Loo나 Lavatory, Restaurant, Wine 등 각각을 격식 있는 단어로 사용한다. 영어로 치면 ‘Formal language’인 것이다. 게다가 Posh English에서는 특정 물건에 대해서도 브랜드를 과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브랜드를 드러내는 표현은 배제한다. 한 예로 보통 영국인들이 iPhone 또는 Blackberry라고 한다면 상류층 사람들은 그저 Phone이라고만 하는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축약하지 않는 점이다. 일상에서는 언어의 경제성을 고려하여 단어를 줄여서 많이 말하곤 하는데 Posh English에서는 절대 축약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보통 영국 사람들이 ‘대학’을 Uni라고 줄여서 말할 때 그들은 University라고 말하며, ‘잠옷’도 줄여서 말하는 PJs대신 Pyjamas라고 한다.

세 번째 특징은 단순한 말을 장황하게 발화하는 경향이다. “그래, 저녁 먹으러 가자”라는 말을 할 때에도 보통은 “Yes, let’s go for dinner”라고 하는 반면 상류층에서는 “Indeed, one would be delighted to join one for dinner”라고 말한다. 짤막한 감탄사, “오 이런!”과 같은 표현도 일반에서는 “Oh my gosh!”라고 표현한다면 Posh English에서는 “One just cannot believe it”라고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특징이다.

끝으로 네 번째 특징은 발음의 차이이다. Posh English는 t가 중첩되어도 부드럽게 발음하지 않고 쓰인 대로 발음해 거센 느낌을 준다. 그 예로는 battle과 같은 단어가 있다. u나 o등의 모음은 보통의 영국식 영어보다 길게 발음하는 경향을 보인다. 단어 lovely나 February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영국 상류층의 Posh English는 뚜렷한 특징과 악센트를 가지고 있어 일반적인 영국 영어와 단번에 구별이 된다. 그런데 현재 영국에서 Posh English를 쓰는 인구는 2~3%에 불과하다. 음성학자 다니엘 존스의 1916년 기록에 따르면 Posh English는 과거 남부 잉글랜드에서 많이 쓰였지만 현재는 지역에 구분 없이 사용되고 있다. 

한 사회에서 ‘상류층의 말’이 존재한다는 점은 아직도 사회적 계급이 존재하는 현실의 단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악센트는 지역별 역사와 문화 그리고 특색을 담고 있기도 하므로 Posh English를 그저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또한 지역마다 너무나 다른 억양의 사투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