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정지원 / 디자인 이연선] ‘도로 위의 흉기’라 불리는 졸음운전에 대한 대책으로 미국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도로 가장자리에 일부러 울퉁불퉁한 홈을 만드는 방안을 도입했다. 그 결과 미국의 교통사고로 인한 중상 및 사망사고 건수가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35%까지 감소했다.

이처럼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도로 위의 ‘럼블 스트립’ 덕분이었다. 럼블 스트립(Rumble strip)은 ‘털털거리는’, ‘소음’이라는 뜻의 럼블(rumble)과 ‘띠’, ‘좁은 길’을 뜻하는 스트립(strip)이 합쳐진 말로 ‘노면요철포장구간’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이 럼블 스트립이 미국에서 교통사고를 대폭 줄일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럼블 스트립이 설치된 도로에서는 운전자가 졸음 또는 운전부주의로 차로를 이탈할 경우 가장자리의 울퉁불퉁하고 거칠게 만들어진 표면이 시끄러운 소리와 동시에 강한 진동을 느끼게 된다. 이에 운전자는 자신이 차로를 이탈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럼블스트립은 졸음운전뿐만 아니라 갓길로 새서 추락하게 되는 등의 사고도 방지하는 기능이 있다.

이러한 럼블 스트립의 울퉁불퉁한 면은 그루빙(Grooving)이라는 기법으로 만들어진다. 그루빙 기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도로에 홈을 파는 ‘음각’과 도로를 울퉁불퉁 튀어나오게 만드는 ‘양각’이 있다.

우선 음각 시공은 기존 도로를 파서 홈을 만들어 운전자가 진동을 느끼게 하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이 음각 시공은 아스팔트 도로에는 설치되지 않고 콘크리트 도로에 설치되는데 그 이유는 아스팔트가 콘크리트에 비해 약해서 홈 주변이 빨리 마모되기 때문이다. 반면 양각 시공은 기존의 도로 위에 포장재를 덧대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오는 부분을 만드는 방법으로 보통 아스팔트 도로에 설치된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효과가 좋은 졸음운전 방지책으로 활용된 이 럼블 스트립이 우리나라에는 얼마나 설치되어 있을까.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이 럼블 스트립이 아직 일반화되어 있지 않고 일부 고속도로에만 설치되어 있는 상황으로, 50개주 곳곳에서 일반국도에까지 설치되어 있는 미국과 비교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톨게이트 구간에 럼블 스트립이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톨게이트에 도달했다는 신호를 주기 위해 운전자에게 진동을 느끼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최근 발생한 대형 버스사고 원인의 대부분은 졸음운전이었다.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졸음운전 방지책의 하나인 럼블 스트립을 더 많이 설치하고 졸음운전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들을 한다면, 교통사고로 인한 중상 및 사망사고 건수를 줄 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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